미국 중앙은행(Fed)은 소신과 고집을 꺾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여전합니다.

분위기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내 기름값이 떨어지는 등 물가는 정점 부근에 도달해 가고 있습니다.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꺾이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역사적 저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7월의 안정은 일시적일 뿐 인플레이션은 계속될 것이라고 합니다. Fed의 연착륙은 '희망회로'일 뿐이라고 일축합니다. 실업률은 급등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런 Fed의 전망이 언제까지 유효할까요. 이벤트가 몰려 있는 '슈퍼위크'를 통해 판가름이 날 까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미국과 유럽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빅테크들의 실적을 보면서 경기침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면 다른 나라들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9월 이후에도 '자이언트 스텝'?

26~27일(현지시간) 있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올린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 됐습니다.

미국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에서 그 확률은 80%를 넘어섰습니다. 1주일 전에 비해 10%포인트 상승한 수치입니다.

시장의 관심은 9월 이후입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힌트를 줄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시장은 비둘기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프로그램인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9월 FOMC에서도 75bp 올릴 확률이 49.2%로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50bp 올릴 확률이 53.1%로 역전을 했습니다.

11월,12월 FOMC에서도 나란히 25bp 인상할 것으로 봤지만 1주일 만에 12월 동결로 돌아섰습니다. 그렇게 되면 연말 기준금리는 3.25~3.5%로 Fed의 전망과 부합합니다. 6월 FOMC 때 나온 점도표 상 연말 기준금리의 중간값은 3.4%였습니다.

그런데 파월 의장이 이런 비둘기적 기대를 저버린다면 증시는 출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28일은 글로벌 GDP데이

이번 주엔 경기침체의 1차 승부가 가려집니다. 28일 발표되는 미국 2분기 GDP 속보치를 통해서입니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1.4%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면 기술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통상 성장률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기술적인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미국의 경기 침체 여부를 공식 판단합니다.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성장률 전망 모델인 GDP 나우는 지난 19일 미국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했습니다. GDP 나우는 2분기 GDP 발표 전날인 27일에 업데이트합니다.
반면 전문가들은 플러스 전환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이코노미스트들은 2분기 GDP가 0.3%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 전문가 패널들의 예상치는 0.5%로 더 장밋빛입니다.
이런 가운데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묘한 발언을 했습니다. 24일 NBC 방송에 출연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더라도 NBER이 경기침체로 판단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 "만약 NBER이 경기침체를 선언하면 매우 놀랄 것" 했습니다.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NBER를 향해 "경김침체로 규정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으로도 읽힙니다.
유럽연합(EU)도 미국과 같이 28일에 2분기 GDP를 발표합니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빅스텝을 밟았는데 GDP가 어떻게 나올 지가 관심입니다. 현재 예상은 0.2% 플러스 성장입니다.

"실업률 그대로" vs "실업률 치솟을 것"

옐런 장관이 NBC 인터뷰에서 "두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경기침체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근거는 노동시장입니다. 그는 "우린 매우 강한 노동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 달에 거의 4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이걸 어떻게 경기침체로 보겠냐"고 반문했습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Fed의 생각도 같습니다. 언제나 믿을 구석은 노동시장입니다. 실업률이 오르지 않고 수요초과 상태인 미국의 빈 일자리가 채워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월과 옐런의 저격수를 자처하는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생각은 다릅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실업률 상승 없는 경기 연착륙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합니다.
그는 베버리지 곡선을 통해 본인의 예상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베버리지 곡선은 노동공급을 보여주는 실업률과 노동수요를 나타내는 빈 일자리율(구인율)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점을 입증한 곡선입니다. 영국의 사회복지 제도를 설계한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의 이름에서 따왔죠.

과거엔 베버리지 곡선이 노동시장을 잘 설명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비어 있는 일자리가 많으면 취직이 용이해 실업률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다. 하지만 최근들어 베버리지 곡선이 들어맞지 않을 때가 잦아졌습니다. 일자리의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경우 비어 있는 일자리가 많아도 실업률은 높기 때문입니다.
서머스 전 장관도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자리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미스매칭이 개선돼야 하는데 Fed는 이를 통제할 수 없으며 과거에 그런 일이 발생한 적이 없어 앞으로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1953년부터 2007년까지 9회 가량의 기간을 검토한 결과 빈 일자리가 정점을 친 뒤 8분기 동안 실업률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반면 Fed는 빈 일자리의 힘을 믿고 경기 연착륙론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경기침체가 없는 한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2019년처럼 4.5% 수준의 실업률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빅테크, 낮아진 눈높이 만족시키나

빅테크들의 실적을 통해 경기침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만 S&P500 지수 편입 종목 중 3분의 1 이상 기업이 실적을 발표합니다.

특히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메타의 성적표가 중요합니다. 이들은 최근 경기침체에 대응해 감원 등 긴축경영 계획을 내놨습니다. 이런 빅테크들의 2분기 실적과 향후 실적 전망은 어떨까요.

20% 가량이 2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현 시점까지는 선방하고 있는 편입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 주 S&P500 상장 기업 중 75.5%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팩트셋은 실적 공개 기업의 70%가량이 컨센서스 추정치를 상회했으며 26%가 못미쳤다고 집계했습니다.
지난주까지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예상보다 적은 이익을 냈지만 다음날 주가가 3.4% 급등했습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수가 100만명 가량 줄었지만 하루 뒤 주가는 7.3% 올랐습니다. 한 주 동안 17% 가량 상승했습니다. 테슬라도 매출이 줄었지만 다음날 주가가 9.8% 상승했습니다. 덕분에 나스닥 지수의 7월 상승률은 7%를 넘어섰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실망스러운 기업 실적을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투자자들의 낮아진 눈높이가 이번주에도 적용될까요.

전체적으로 이번 주엔 FOMC와 2분기 GDP, 빅테크의 실적을 통해 경기침체 여부를 가늠해보는 게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