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퇴직 후 '성과급 달라'는 전 직원…4억 소송서 패소
경영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므로 이미 회사를 떠난 근로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년도 성과급을 이듬해 지급하는 다수의 기업들에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임성철)는 지난 21일 LG화학에서 퇴직한 근로자 A씨 등 2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4억원 규모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LG화학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경영성과급을 재직자에게만 지급해왔다. 회사와 노조는 작년 2월 노사협의회를 열고 '2020년 경영성과급' 400%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성과급 지급 전인 2020년 12월 31일 이 회사를 퇴직한 근로자 A씨 등은 "경영성과급은 임금"이라며 "'2020년 경영성과급'은 2020년의 경영성과에 대한 것이므로 해당연도까지 일한 우리에게도 성과급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가 합의한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조건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임금은 근로의 대가인데, 경영성과급은 회사에 수익이 발생했을 때만 지급된다"며 "수익 발생에는 경영진의 경영판단, 동종업계 동향, 전체 시장 상황 등 근로자의 근로제공과 무관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므로, 근로제공과 직접·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므로 근로기간 동안 회사에 수익이 발생했는지와 관계없이 지급이 보장되고 액수도 노동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며 "반면 경영성과급은 회사에 수익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지급되고 액수도 수익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성과급 지급도 회사의 의무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는 회사에 결정할 권리가 있으므로 수익을 주주에게 배분하거나 연구비에 재투자 할 수도 있다"며 "수익이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경영성과급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노동관계법 상 임금은 '지급 의무'가 있어야 한다.

재판부는 또 관련 규정인 근로복지기본법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근로복지기본법은 84조에서 사업주가 경영성과를 근로자에게 지급하거나 '근로복지' 증진을 위해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3조에서는 '근로복지'에서 임금을 제외하고 있다"며 "이는 경영성과급이 근로복지의 하나일 뿐 임금이 아니라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성과급이 '평균임금'인지 여부를 두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기업 등에서 임금 청구 소송이 확산된 가운데 나온 판결이다. 관련해서 아직 대법원 판결이 없고 하급심에서도 승패가 엇갈리고 있어 혼선을 빚고 있다.

다만 성과급을 '퇴직금' 계산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는 다른 판결들과 달리 이번 사건은 성과급을 전부 직접 지급해 달라는 소송이라 결이 약간 다르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을 대리한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원고들이 퇴직금을 더 달라는 청구는 하지 않았다"며 "원고들이 '재직자에게 지급한다'는 요건의 유무효에 대해서도 다퉜지만, 법원은 그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고 성과급이 임금 자체가 아니라고 본 사례"라고 설명했다.

최진석/곽용희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