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앱을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의 최재호 대표. /한경DB
리멤버 앱을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의 최재호 대표. /한경DB
쌓여 가는 명함에 대한 고민을 단번에 사라지게 한 앱이 있다.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명함 관리 앱 ‘리멤버’(회사명 드라마앤컴퍼니)다. 지금까지 3억 장 이상의 명함이 리멤버 앱에 입력됐다. 지상에서 30㎞ 이상 되는 높이라고 한다.

리멤버는 직장인 프로필 정보를 바탕으로 최근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경력직 채용을 도와주는 ‘리멤버 채용 솔루션’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정확성 위해 ‘손’으로 정보 입력

리멤버는 과거 명함 하나하나를 모두 사람이 손으로 타이핑해서 입력했다. 회원이 명함을 찍어 앱에 올리면 이를 리멤버가 직접 정보를 등록해줬다는 것이다. 사진 판독 등을 통해 자동으로 입력하는 다른 앱의 방식은 오류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의 스타트업 플랫폼 ‘긱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처음에는 자동 입력 방식 명함 앱을 내려받아 써봤는데 오류가 많아 ‘더 귀찮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사장님의 명함을 입력해주는 비서처럼 리멤버도 ‘명함 관리 비서’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명함관리 앱 리멤버가 사업 영역을 채용솔루션, 배너광고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리멤버 제공
명함관리 앱 리멤버가 사업 영역을 채용솔루션, 배너광고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리멤버 제공
지금은 수기 입력 비중이 미미하다. 2년 전부터 온라인 입력 방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이미 쌓인 데이터가 많아 자동으로 입력되는 게 95% 이상이다. 과거 입력한 것과 똑같은 명함이라고 인식되면 다시 사람이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리멤버의 명함 입력 속도가 매우 빨라진 건 데이터의 힘이다. 리멤버는 궁극적으로는 처음 입력하는 명함도 자동 입력 시스템으로 구현하려 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도 신경을 쓴다. 명함 입력 방식을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입력하지 않고, 쪼개서 입력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예컨대 이름은 A가, 전화번호는 B가, 이메일 주소 앞부분과 뒷부분은 C와 D가 입력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 정보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장난을 친다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될 염려가 줄어든다.

○경력직 채용 돕는 채용 솔루션 사업

요즘 리멤버의 관심사는 ‘사업 확장’이다. 채용을 도와주는 리멤버 채용 솔루션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예컨대 ‘마케팅’이라고 검색어를 넣으면 리멤버 등록 회원 중 직무 연관성이 있는 사람들의 프로필 정보가 나오는 것이다.

사업 확장의 핵심은 데이터다. 현재 리멤버에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한 이용자가 100만 명 이상이다. 기업들이 리멤버 채용 솔루션을 이용하면 국내 직장인 100만 명의 프로필 정보를 살펴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최 대표는 “리멤버의 채용 솔루션을 이용하면 프로필을 등록한 사람에게 메시지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회사 사람들끼리 이직 때문에 낯을 붉힐 일은 없다는 게 리멤버의 설명이다. 같은 회사 사람들은 정보를 열람할 수 없게 해놨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전 직장 등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 않을 땐 회사를 선택해 정보를 막아놓을 수도 있다.

리멤버에 따르면 누적 경력 채용 제안 건수가 200만 건을 넘었다. 기업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5~8년 차’ 인재 한 명이 리멤버를 통해 받는 평균 스카우트 제안 건수는 12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발자 채용에 적극적인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수십 개씩 계정을 구매해 경력직 채용에 활용한다.

리멤버는 그동안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채용 시장에서 돈 버는 구조를 구축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멤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채용 솔루션에서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맞춤형 배너 광고 사업도 강화

리멤버는 최근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인 이안손앤컴퍼니를 인수했다.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위해서다. 이안손앤컴퍼니는 기업에서 시장조사, 벤치마킹, 기업실사 등을 위해 필요한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3만여 명의 산업별 전문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활용해 국내외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전문가 자문 연결, 인터뷰 대행 등을 해준다.

리멤버는 요즘 ‘배너 광고’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역시 데이터가 힘이 되고 있다. 비즈니스 프로필에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무용 가구를 판매하는 퍼시스가 총무 담당자들에게 맞춤형으로 광고를 할 수 있다.

최근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추가 인수합병(M&A)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에선 인적자원(HR)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를 인수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