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빅스텝' 출간한 이기권 전 고용부 장관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이 시동을 건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주도했던 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책을 발간했습니다. 책 제목은 '노동시장 빅스텝', '아들딸 일자리, 넘어야 할 3개의 산'이라는 부제가 달렸습니다. 이 전 장관은 2015년 9·15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등 노동개혁 전도사를 자임하며, 2014년 7월부터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7월까지 3년간 역대 최장 고용부 장관직을 수행한 인물입니다.

책의 페이지 수가 무려 565쪽에 달합니다. 고용노동행정 35년의 경험과 지혜를 녹여냈다고 합니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일자리, 나아가 지속가능한 일자리입니다. 이 장관은 "IMF 경험을 계기로 기업들은 기간제, 파견, 도급을 중점적으로 활용했고, 대기업 노조들은 자기 이익 중심의 노동운동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이 경향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와 고용구조 악화를 가져왔다"며 "이것이 오늘날 우리 아들딸들의 일자리를 어렵게 하는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은 "노사정 대타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접근의 전환'"이라고 했습니다. 협상을 할 때면 노사단체 대표들은 현재의 자기 조직원들의 입장에서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끝까지 그 주장을 굽히지 않고, 어렵게 합의해도 정치권이 이해득실을 따져 입법을 미루곤 한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을 할 때는 당사자들이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가 아닌 '우리는 무엇을 양보할 수 있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하고, 국민들도 정치인과 공직자를 평가할 때 당리당략보다는 멀리 보는 시각의 정치인, 공직자를 높이 평가할 것"이라며 "책의 제목을 '노동시장 빅스텝'으로 지은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책은 아들딸들의 일자리를 위해 넘어야 할 3개의 산으로 △노동시장 핵심규범의 불확실성·불투명성 해소 △집단적 노사관계 시스템 개선 △4차 산업혁명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 규범과 관련해서는 일자리 부족의 원인으로 핵심규범의 불확실성을 지목,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통상임금 갈등, 그에 뒤이은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 해당 여부 등을 앞세워 최저임금제도 보완, 근로시간 유연화, 근로계약 해지 관련 갈등 해소, 비정규직 관련 입법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심의·의결된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 해마다 반복되는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줄일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상승률, 협약임금 상승률 등 객관적 지표들로 구성된 최저임금 인상 산식으로 통해 최저임금안을 먼저 산출하고, 최저임금위원회가 이 최저임금안을 토대로 ±3% 범위 내에서 결정하도록 하면 최저임금의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이 전 장관의 해법입니다.

이 전 장관은 현재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으로 '집단적 노사관계'에 있어 노사단체의 이기주의를 비판합니다. 특히 노동계를 향해서는 총연맹 간부의 언론 기고글("양 노총 조합원 평균임금은 상위 20%다. 이는 투쟁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하청기업의 희생의 몫이 포함돼있다")을 인용하면서 자성을 촉구합니다.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의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에 대해 작심(?)발언도 했습니다.

"노동관계법 개정으로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도록 하여 1991년 ILO 가입 당시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 결사의 자유협약 비준이라는 의미는 적지 않다. 그동안의 경험 상 집단적 노동관계법 개정은 헌법 개정 만큼이나 어렵다고 인식돼왔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중요 공약사항을 실천하기 위한 법 개정도 의미 있지만, 우리나라가 경쟁해야 하는 선진국과 비교해 미래적 관점에서 집단적 노사관계법을 개정했어야 한다. 이제 노조 결성에 있어 해고자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이 참여가 가능해지는 등 거의 북유럽의 사회적 조합주의 국가들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선진국에서 인정되는 대항권인 파업 시 대체근로 인정도 함께 추진되었어야 한다. 또한 노조 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거나 아니면 현행의 부당노동행위의 처벌주의 대신 미국이나 일본처럼 시정주의로 전환하는 것으로 함께 입법했어야 했다."

35년 이상의 고용노동행정 경험과 지속가능한 노동시장을 위한 제안을 담은 이 전 장관의 책 출간에 부쳐진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의 추천사입니다.

"이 전 장관과 대화를 해본 사람이면 먼저 학습과 경험에 기반을 둔 해박한 전문지식에 놀라고, 복잡한 쟁점을 알기 쉽게 정리해내는 논리력에 감탄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과 입법전략이 매우 구체적이고 치밀함에 두 손을 들게 된다. 그런 이 전 장관이 그동안 묻어두었던 초고를 용기있게 세상에 내놓은 데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