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헤지 수단?…금값 뚝, 뚝
수십 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이 지구촌을 덮친 가운데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알려진 금이 오히려 맥을 못 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금 선물(8월물)은 7월 들어 4.4%(79.90달러) 떨어졌다. 지난 22일에는 트로이온스당 1727.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런 분위기라면 월간 기준으로 금 선물 가격은 4개월 연속 하락할 것이 유력시된다. 이는 2020년 11월 이후 최장기 하락세다.

투자자는 금이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지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올해 들어 금 선물 가격은 5.5% 떨어진 상태다.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미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달러 초강세를 유발한 것이 금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은 비슷한 안전자산이자 정기적으로 이자까지 주는 국채와 경쟁 관계인 데다 강달러 탓에 미국 외 투자자에게 훨씬 비싸졌기 때문이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회사 올드미션의 헤드인 앤드루 레카스는 WSJ에 “사람들은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가 되지 않는데 왜 내가 금을 보유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금 선물 가격뿐 아니라 금 채굴회사 주가도 하락 중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금광회사 배릭골드와 뉴몬트는 각각 13%, 14% 급락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