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구 분양시장이 이달에도 ‘5전 5패’의 저조한 성적표를 냈다. 지난 5일부터 수성구(조정대상지역)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규제 지역에서 해제됐지만 일반 매매시장의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청약시장에서도 수요자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 규제해제 약발 없었다…7월 분양 5곳 모두 미달
2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대구에서 일반 공급에 나선 5개 단지는 모두 미달을 기록했다. 지난 19, 20일 이틀간 청약 접수를 한 북구 관음동 ‘태왕아너스 프리미어’는 134가구 모집에 신청 건수는 33건에 불과했다. 평균 경쟁률은 0.25 대 1로, 4개 주택형이 모두 미달됐다.

대구 청약시장은 지난달 30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규제 해제 결정이 나면서 매수 심리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정부는 수성구를 기존 투기과열지구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규제 등급을 낮췄고, 동·서·남·북·중·달서구·달성군 등 일곱 곳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수성구를 제외한 대구 대부분 지역이 비규제지역으로 바뀌어 청약 자격·전매 등 규제 부담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규제 해제 발표 후에도 미분양 물량은 계속 쌓이고 있다. 지난 4일 1순위 청약에 나선 수성구 범어동의 ‘범어자이’는 399가구 모집에 269가구만 신청해 미달됐다. 6개 주택형 가운데 1개 주택형(전용 114㎡·30가구)만 2.03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고 나머지 5개 주택형은 모두 미달됐다. 평균 경쟁률도 0.67 대 1에 그쳤다.

수성구 욱수동의 ‘시지삼정 그린코아포레스트’ 역시 661가구 모집에 118가구가 청약해 0.18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수성구 만촌동의 ‘엘크루가우디움 만촌’은 지난 12, 13일 청약에서 37가구 모집에 고작 14가구만 신청했다.

이미 적체된 미분양 물량이 적지 않아 신규 분양시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대구 미분양 물량은 6816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작년 말 1977건에 불과하던 미분양 물량은 올 들어 3.4배나 늘었다. 매매시장 분위기도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대구 아파트 가격은 3.73%(누적 기준) 떨어졌다. 세종(-4.90%)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하락률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규제 해제 직후 외지인 투자자가 대형버스를 타고 대구 지역 모델하우스를 찾는 등 수요가 반짝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기준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등 하방 압력 요인이 규제 해제 효과를 상쇄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분양 물량이 어느 정도 해소돼야 청약시장으로 다시 수요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