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1위인 중국 CATL이 차세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공개하고 내년 출시 계획을 밝혔다. CATL이 신제품을 선보인 것은 최근 한 달 새 두 번째로, 제품 경쟁력에서 한국의 삼원계 배터리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한국 배터리업체의 ‘텃밭’인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한·중 업체 간 패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ATL, 차세대 LFP 배터리 공개…'K배터리 텃밭' 유럽서 격전 예고
25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최근 열린 배터리 콘퍼런스에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700㎞ 이상인 M3P 배터리를 생산 중이며 내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CM(니켈코발트망간)이 주축인 한국 삼원계 배터리와 달리, 망간을 주축으로 아연과 알루미늄을 추가한 삼원계 LFP인 셈이다. 우카이 CATL 수석과학자는 “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한국) 삼원계 배터리보다 저렴해 중저가 모델에 폭넓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밀도가 최대 ㎏당 230Wh에 달해 삼원계 배터리 팩의 밀도(㎏당 250Wh 안팎)에 근접하면서도 제조 비용은 LFP와 같아 경제성이 좋다는 설명이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는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여기에 에너지 밀도까지 높이면 전기차업체의 발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CATL은 내년부터 포드에 LFP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북미 시장 공략의 포문을 열었다. SNE리서치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개발 중인 하이망간 배터리 시장을 CATL이 선점할 수 있다”며 “BYD, 궈쉬안, EVE에너지 등도 에너지 밀도를 높인 고망간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 배터리 3사도 고가 원자재인 코발트 함량을 대폭 낮추는 대신 망간 함유량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달 CATL은 제조 공정에서 모듈을 생략하고 셀을 바로 팩에 조립하는 셀투팩 기술을 적용한 ‘기린 배터리’를 공개했다. 이 배터리는 내년 양산 계획으로, 삼원계 배터리의 주 납품모델인 고가 전기차 장착을 노리고 있다. 쩡위친 CATL 회장은 “내년 기린 배터리를 장착한 신형 전기차가 다수 출시될 것”이라며 “유럽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CATL이 잇달아 신제품을 발표한 것은 판매량 증가세가 감소한 중국을 넘어 급성장하는 북미, 유럽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이달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45만 대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보다는 102.5% 증가하는 것이지만 전월 대비론 15.3% 감소한 수치다. 중국 내 전기차 수요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ATL은 리튬 회수율이 90% 이상이라고 밝히며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중국 1위 리튬업체인 텐치리튬은 이 주장에 대해 “실험실에서 할 수는 있겠지만 대규모 재활용의 상업성을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