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국회의원 발의 법안 10건 중 9건은 비용추계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세금이 드는데도 의원들이 충분한 고민 없이 무책임하게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상반기 발의된 의원 입법 1805건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예산 및 기금이 들어가는 법안 519개 중 86%인 447개 법안이 국회 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2013년까지만 해도 국회법은 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돼 있었다. 하지만 2014년 관련 법 개정으로 ‘비용추계 요구서를 첨부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면서 비용추계 없이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관행화하고 있다. 특정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주목받기 위해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고 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추후에 법안이 발의되고 예산정책처가 비용추계를 하더라도 제대로 소요 예산을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법안 내용이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예산정책처가 적극적으로 비용추계에 나서지 않아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를 내는 것으로 비용추계를 마무리하고 있어서다.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은 “국회의원이 (법이 통과되면) 얼마가 드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법을 내놓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의원 입법도 정부 입법과 같이 법안을 발의할 때 비용추계서를 반드시 첨부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