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감 인사 파동에 이어 두번째
이번에도 "국기 문란" 경찰 질타한 尹…반발에 '쐐기'
윤석열 대통령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집단 반발한 경찰을 향해 "국기 문란"이라는 표현을 다시 꺼내들었다.

지난달 23일 치안감 인사 피동과 관련해 "아주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고 질타한 지 한달여 만에 경찰을 향한 초강경 메시지를 재차 발신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26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어조는 차분했지만, 표현의 수위는 고강도였다.

경찰 반발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관련 답변을 미리 준비한 듯한 모습이었다.

전날 출근길에서는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직접적 언급을 자제했지만, 하루 사이 기류가 달라진 셈이다.

그간 "부적절한 행위"(24일·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25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측근의 입을 통해 발언 수위를 끌어올리다가, 이날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경고'로 경찰 압박에 쐐기를 박은 모양새다.

이러한 초강경 대응에는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대통령실의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이 민정수석실을 없앤 상황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통제할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해놓아야 한다는 게 주된 논리다.

국민의힘이 연일 여론전에 나서며 주파수를 맞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속도전'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게 낫다는 대통령실 내 인식도 엿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오늘 경찰국 설치안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칠 텐데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이지만, 국가의 기본적인 질서와 기강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의견 수렴보다는 정부의 일관된 기조에 방점을 찍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에도 "국기 문란" 경찰 질타한 尹…반발에 '쐐기'
초강경 대응이 본질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행안부와 경찰의 대치 전선이 가팔라질수록 서로를 향한 신뢰가 복구 불가능한 상태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견차'가 '감정 싸움'으로 지속해서 번진다면 자칫 검경간 '파워 게임'으로 비칠 소지도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사태가 악화할 경우 경찰국 신설 이후 일선 경찰의 사기를 진작하면서 조직을 재정비하는 작업이 한층 꼬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