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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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금감원 검사 결과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은 8년간 8회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인,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도용하거나 각종 공·사문서를 위조하는 방법을 이용해서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고가 발생한 데에는 우리은행의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26일 이같은 내용의 '우리은행 횡령 사고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인 사고자는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A사 출자 전환주식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원)를 무단 인출한 뒤, 같은 해 11월 무단 인출 주식을 재입고해 횡령 사실을 은폐했다.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하던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을 3회에 걸쳐 횡령했다.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등 59억3000만원을 4회에 걸쳐 횡령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발생한 거액의 금융사고에 우리은행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자의 주도면밀한 범죄 행위는 물론 사고를 미리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미흡한 것 또한 이번 횡령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했다.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형 시중은행의 본부 부서에서 8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7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횡령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금감원은 먼저 사고자가 10년 이상 동일 부서에서 동일 업체를 담당하고, 해당 기간 내 명령 휴가 대상에 한 번도 선정되지 않았다는 점,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파견 허위 보고 이후 무단결근했단 점에서 인사관리 부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문관리 부문에서는 은행의 대외 수·발신 공문에 대한 내부 공람과 전산 등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사고자가 대외 수·발신 공문 은폐 또는 위조가 가능했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통장·직인 관리자가 분리되어 있지 않아 사고자가 통장과 직인을 모두 관리했고, 이에 따라 사고자가 정식 결재 없이 직인을 도용해 예금을 횡령했다는 점에서는 통장·직인관리 부문이 미흡했다고 평가됐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사고자가 8번의 횡령 중 4번 결재를 받았으나 모두 수기 결재문서였단 점, 전산 등록도 하지 않아 결재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결재 전 사전 확인이나 사후 점검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에서는 문서관리 부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출금전표 및 대외 발송 공문의 내용이 결재 문서 내용과 상이함에도 그대로 직인이 날인됨으로써 횡령 사고를 발견하지 못한 점에서는 직인 날인 관리 부문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됐다. 출자전환 주식 출고신청자 및 결재 OTP 관리자(보관 부서 금고 관리자)가 분리되지 않고 사고자가 동시에 담당해 무단 인출이 가능했단 점에서는 출자전환 주식 관리 부문이 미흡했다고 지적됐다.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몰취 계약금이 예치된 은행 자행 명의 통장 잔액의 변동상황이나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출자전환 주식의 실재 여부에 대한 부서 내 자점감사가 실시된 바 없단 점에선 자점감사 부문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본부부서 자행 명의 통장의 거액 입출금 거래가 이상 거래 발견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조기 적발이 되지 않은 점에선 이상 거래 모니터링 부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됐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를 기초로 엄밀한 법률검토를 거쳐 사고자,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른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향후 은행권 등 금융권에서 거액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고,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영실태평가 시 사고 예방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 비중도 확대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엄밀한 법률검토를 거쳐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고, 향후 이러한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위와 함께 금융권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