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더 잘하고 싶어서 그랬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광주 모 고등학교 2학년생 A군과 B군을 업무 방해와 건조물 침입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말, 한밤중 건물 외벽 난간을 넘는 방식으로 교무실에 잠입해 기말고사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해둔 저장장치(USB)를 통해 악성코드를 교사 노트북에 깔고 며칠 뒤 수거하는 방식으로 시험지를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A군은 지구과학, 한국사, 수학 Ⅱ, 생명과학 등 4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가, 이후 답안이 정정되면서 지구과학과 수학Ⅱ 각 100점, 한국사 93점, 생명과학 86점을 받았다. 당시 A군은 4과목 시험지 모퉁이에 작은 글씨로 답을 적고, 시험시간이 끝날 때마다 답안을 적은 부분을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후 같은 반 친구들이 그가 버린 종이를 발견하면서 들통이 났다.
동급생들은 이 같은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고, 일부 학부모가 이를 광주시 교육청에 신고했다. 이들은 시중에 나도는 악성코드를 직접 수정해 악성코드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답안을 외우지 못해 적어가 흔적이 친구들에게 발견된 A군과 달리 B군은 답안을 모두 외워가 시험을 치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학교에서는 4년 전에도 시험지가 통째로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행정실장과 학부모가 구속된 전력이 있는 곳이다. 이후 재발 방지 약속도 있었지만, 시험문제가 출제되는 교무실 창문 등의 잠금장치는 허술했고 보안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미완성 시험문제가 담긴 노트북은 교사들이 퇴근한 교무실 책상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경찰은 시험문제를 유출한 학생 2명을 건조물침입, 업무방해 등 혐의로 일단 불구속 입건해 자백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추가 확인하고 있다. 또 시험 문제를 유출한 4과목 외에도 다른 과목 시험 문제와 답안도 빼내려 시도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에게 악성 코드를 만들고 심은 행위에 대해 향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적용도 검토할 계획이다. 평소에도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던 이들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공부를 더 잘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