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보다 내수 규모가 작고 경영환경이 불리하면 이를 개선해야 하는데 오히려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오는 투자마저 막고 있는 셈입니다.”

노동 경직성·과도한 법인세…투자 순유출 규모 403조 달해
한국의 투자 유출 수준이 경쟁국보다 높은 데 대해 경영계는 협소한 내수시장, 지정학적 리스크 등 요인과 함께 과도한 시장규제, 경직적 노동시장, 취약한 조세 경쟁력을 꼽는다. 2000~2021년 투자 순유출액(해외직접투자-외국인직접투자)이 403조원(3015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불균형이 심한 데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지만 스스로 경영환경을 옥죈 탓도 크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법인세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아홉 번째로 높다. 이 순위는 2000년 28위에서 2009년 22위, 2018년 10위, 올해 9위로 지속 상승했다. 경쟁국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낮춘 반면 우리는 오히려 올렸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영국이 최고 법인세율을 당시 30%에서 현재 19%로 내린 게 대표적이다. 이후 영국에는 아마존 도요타 등 기업들이 진출하거나 투자를 확대했다.

특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노동규제, 법인세율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등을 강행한 문재인 정부(2017~2021년) 시기 한국의 투자 순유출액은 1571억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경영진의 형사처벌 리스크를 높이는 중대재해법 등 국내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는 셀 수 없이 많다”며 “이는 국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도 일자리 순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과도한 규제와 높은 법인세율 등 때문에 해외에 양질의 일자리를 매년 6만 개씩 만들어 주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규제 혁신 및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4단계에서 2단계(대기업)~3단계(중소·중견기업)로 단순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박한신/도병욱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