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마약류 밀수 적발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마약사범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초범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한국도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보 수집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6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에 따르면 지난 1~6월 국경 반입단계에서 적발된 마약 중량은 총 238㎏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14㎏) 대비 11.2% 늘었다. 상반기 기준 최대 규모다. 금액으로 따지면 수천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항공편 및 출입국자 수가 감소했지만, 마약류 밀반입이 대형화되면서 적발 중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적발 건수는 372건으로 지난해 상반기(662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적발 건당 중량은 지난해 상반기 0.32㎏에서 올 상반기 0.64㎏으로 두 배 증가했다.

마약 수입은 주로 화물을 통해 이뤄졌다. 밀수 경로별 단속 실적을 살펴보면 우편·특별수송 등 ‘수입 화물’을 통한 밀수가 330건(229㎏)으로 가장 많았고 ‘항공 여행자’에 의한 밀수가 40건(8.3㎏)으로 뒤를 이었다. 마약 종류별로는 신종마약 91㎏(234건), 메스암페타민 87㎏(61건), 대마류 58㎏(143건) 순으로 적발됐다.

특히 메스암페타민 적발량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급증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과잉 공급된 메스암페타민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타국을 찾아 흘러 들어가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으로의 반입 시도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의 g당 메스암페타민 가격은 450달러로 미국(44달러)이나 태국(13달러)보다 10배 넘게 비싸다.

마약사범은 점점 어려지는 추세다. 서울경찰청 형사과와 마약범죄수사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마약사범 중 10~30대 마약사범은 2019년 1566명(66.2%)에서 2020년 1769명(67.3%), 지난해 1839명(71%)으로 규모와 비중 모두 늘어났다. 초범이 많아졌다는 것도 문제다. 2019년 1751명이었던 초범 규모는 2020년 1960명, 지난해 1962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그간 마약사범은 재범, 3범 등 전문 마약범이 다수였는데 지금은 초범도 많아지고 있어 큰 문제”라며 “코로나19 이후 인터넷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일반인에게도 퍼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초범 증가, 저연령화, 온라인 거래 확산, 외국인 증가 등 4개 마약 범죄 특징에 중점을 두고 오는 10월까지 마약사범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외국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첩보 활동을 늘리고 관세청과의 협조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 청장은 “SNS 마약 거래에 다크웹 전문가를 투입하는 등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청소년의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해 마약퇴치본부와도 협업하겠다”고 했다.

이광식/도병욱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