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안중근' 아닌 인간 내면에 집중
26일 서점가에 따르면 문학동네는 전날부터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주요 온라인 서점을 통해 사전 주문을 받고 있다. 정식 출간일은 다음달 3일이다.
이 소설은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순간과 그 전후 며칠을 다뤘다. 《칼의 노래》가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의 고뇌와 불안을 직시한 것처럼 이 소설도 안중근이라는 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했다.
이토를 향해 총을 쏜 순간, 소설 속 안중근은 의거 성공에 감격하지 않는다. 총성이 울린 직후 안중근은 ‘나는 이토를 본 적이 없다’ ‘저것이 이토가 아닐 수도 있다’는 혼란에 휩싸인다. 체포 직후 알 수 없는 이토의 생사를 두고 불안에 떤다. “이토가 죽지 않고 병원으로 실려가서 살아났다면, 이토의 세상은 더욱 사나워지겠구나. 이토가 죽지 않았다면 이토를 쏜 이유에 대해서 이토에게 말할 자리가 있을까. 세 발은 정확히 들어갔는데, 이토는 죽었는가. 살아나는 중인가. 죽어가는 중인가.”
의거 전에는 항일운동이라는 대의와 인간으로서의 윤리 사이에서 고민한다. 천주교인이라는 정체성도 그를 흔든다. 이런 과정을 김훈 특유의 담담한 문체로 담아냈다. “생명의 본능으로 절망에 맞서는 한 청년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다.” 김훈은 지난 6월 단편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를 출간한 뒤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는 《하얼빈》 지은이의 말을 통해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뤘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며 “그때 그는 서른한 살의 청춘이었다”고 했다. 소설은 안중근을 ‘시대의 영웅’으로 박제하는 대신 가슴 뜨겁고 혼란스러운 청년의 모습으로 되살려놓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