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진 달동네 신작…"운 좋게 인정받아 마음이 치유되고 있죠"
최근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누리는 '달동네 작가' 정영주(52)가 밝아지고 색감이 선명해진 달동네 풍경 신작들을 선보인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갤러리 학고재는 27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정영주 개인전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를 개최한다.

정영주 작가가 국내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도 달동네 풍경을 담은 작품들만 선보인다.

전시 작품 28점 가운데 올해 작업한 작품만 21점으로 거의 신작들을 전시한다.

작가의 작품을 사진으로 보면 회화 같지만, 입체감이 있는 부조 성격도 있다.

작가는 캔버스에 스케치하고서 지붕이나 벽 등의 모양으로 한지를 잘라 구겨서 붙인다.

또 조각도 같은 도구를 사용해 기와 등의 모양을 부조 형식으로 표현한다.

이렇게 집을 하나씩 완성한 다음 말려서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다.

작가 고유의 불빛은 맨 마지막에 그려 넣는다.

개막 전날인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종이를 구겨서 붙이는 것과 관련해 "주름진 형태로 시간의 흐름과 비루하고 노화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서울과 부산의 변두리 지역에서 살았던 작가는 "판잣집이 힘든 시기의 제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쭈글쭈글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품의 달동네는 특정 지역의 풍경이 아니라 작가가 상상으로 만들어 낸 세계다.

작가는 골목길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거나 스케치한 것을 바탕으로 구도에 맞게 재조합한다.

오래된 단층집은 작가에겐 기표로 사용되기 때문에 여러 작품에 같은 집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집을 소재로 그리기 시작한 2008년 무렵의 작품들은 어두웠지만, 최근 작품들은 밝아졌다.

그는 "예전 작품에선 빛이 안으로 숨고 아주 미세한 빛이었는데, 지금은 색도 선명해지고 불빛이 밖으로 나와서 굉장히 더 넓게 많이 비추고 있다"고 말했다.

작업을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가 치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은 운 좋게 여러 분들이 인정해 주신다"며 "제 마음이 치유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지난 5월 홍콩에서 열린 미술장터인 '아트 바젤 홍콩'에서 출품작이 모두 팔리는 등 블루칩 작가로 떠올랐다.

이번 개인전 작품들도 사전 예약으로 모두 팔렸다.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는 작가는 "아직은 여기에 관심이 있고, 제 (달동네)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상상 속 달동네 풍경을 계속 그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