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힘 실린 尹 정부, 경찰 불신…개교 41년 경찰대 '세력화' 판단
'특정 세력 언급' 행안장관, 대통령 업무보고서 경찰대 개혁 강조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계기로 경찰대 개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특정 세력이 총경회의를 주도하고 있다며 경찰대 출신 간부들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찰대 개혁 방안을 보고했다.

이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경찰대 개혁은 상당히 큰 담론이고, 경찰대가 그동안 경찰에 기여한 면도 많아 섣불리 개혁하기는 성급한 면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시험 없이 자동으로 경위로 임관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며 "일단 출발선상은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 신설되는 경찰국장 후보로도 다양한 입직경로를 고려하고 있다.

출신별로 골고루 주요 보직을 맡아 헌신하게 배려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또 전국총경회의 참석자들을 재차 언급하면서 "언론에 등장하시는 분들은 다 경찰대 출신이더라. 상당수를 넘어서 대부분이 경찰대 출신이라는 언론 보도도 봤다"며 "사실이라면 특정 출신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날 행안부 업무보고에는 8월 설치를 목표로 하는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서 경찰대 개혁을 논의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국총경회의로 촉발된 경찰대 개혁 이슈의 기저에는 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도한 경찰대 출신들에 대한 현 정부의 불신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각각 검사, 판사 출신의 법조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에 몸담고 있었던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검경수사권 조정 속에 검찰 권한이 위축되는 상황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2018년 6월 이뤄진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는 검찰과 경찰을 대등한 협력 관계로 규정한 게 골자인데, 당시 경찰 쪽 논리를 대변했던 인물이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을 지낸 황운하(경찰대 1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황 의원은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때도 검찰과 법원에 대한 과도한 예우를 폐지해야 한다며 법조계를 비판했다.

현 정부의 경찰대 배제 기조와 반감은 올해 5월 이뤄진 치안정감 승진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인사 전까지 7명의 치안정감 중 5명이 경찰대 출신이었지만 인사 후에는 경찰대 출신이 윤희근 후보자와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우철문 부산경찰청장 등 3명으로 줄었다.

경찰대는 양질의 경찰간부 육성을 목표로 1979년 제정된 경찰대학 설치법에 근거해 1981년 4년제 특수대학으로 개교했으며 현재 37기까지 배출됐다.

총원은 학년별 100명으로, 지난해부터는 남녀 구분 모집이 폐지되고 고졸 신입생 50명만 뽑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편입학생 50명을 선발한다.

경찰대학을 졸업하면 별도의 심사 없이 경위로 임용돼 일선 파출소장이나 경찰서 팀장으로 바로 배치되는 점, 등록금 전액이 국고로 지원돼온 점 등으로 인해 다른 입직경로로 들어온 경찰관들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측면이 있다.

졸업생 숫자가 늘면서 '순혈주의'로 인한 부작용도 꾸준히 지적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체 경찰 13만2천421명 중 경찰대 출신은 3천249명으로 전체의 2.5%다.

그러나 총경 632명 중 경찰대 출신은 381명으로 60%를 넘는다.

최근 5년간 경무관 승진자 중 경찰대 출신도 68.8%로 집계됐다.

경찰대 개혁방안으로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도 고졸 신입생 선발인원 감축부터 폐지까지 다양한 내용이 논의된 바 있는데, 이번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서는 이런 방안을 포함해 추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전국총경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처된 류삼영 총경은 이날 취재진에 "특정 세력이 반발을 주도한다는 지적은 본질을 흐리는 얄팍한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경찰학자들은 경찰대 개혁이 필요하지만 그게 현 정부의 경찰대 출신에 대한 보복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대 졸업생을 경위로 임관하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치안대학원 설립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도 개선 문제를 행안부가 주도하고 있는데 주체가 행안부가 되는 것이 맞는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행안부가 과격하게 추진하면 경찰뿐만 아니라 국민 반발도 초래한다.

현재 정부 발언은 보복성으로 비친다"고 우려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도 "경찰국 문제는 경찰대 출신뿐만 아니라 다양한 입직경로 출신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경찰대 출신만 콕 집어 말하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경찰대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있다.

4년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에도 경찰간부가 될 준비가 됐는지 검증하고 심사하는 절차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그 과정은 국가경찰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