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공개돼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권 대행은 "제 부주의로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이 언론에 노출됐다"며 약 두 시간 후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권 대행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적으로 제 잘못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로 표현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이런 배경으로는 "(윤 대통령이) 오랜 대선 기간 함께 해오며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19분에 권 대행에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고 발송한 뒤 11시 40분에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권 대행은 11시 55분에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권 대행이 이 문자를 열어본 것은 오후 4시가 넘어서다.

권 대행은 부주의라고 해명했지만 오랜 정치경력의 그가 국회기자단이 버젓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을 텐데 대통령과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된 것이 진짜 실수냐는 의혹도 쏟아졌다.

사진이 찍힌 때인 오후 4시 13분에 권 대행은 문자메시지 입력 칸에 “강기훈과 함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적고 있었다. 이에 따라 메시지에 등장한 강기훈이 누구인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권성동, 尹 오전 메시지 오후 4시에 왜?…강기훈은 누구
강기훈은 1980년생으로 2019년 대안 우파 성향의 ‘자유의 새벽당’ 창당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권 대행과 가까운 사이로 지난 대선에서 청년 정책 관련 조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의새벽당 홈페이지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자유우파정당으로 소개돼 있다.

현재 대통령실 기획비서관실 행정관에 강기훈이라는 인물이 있지만 권 대행이 텔레그램에 적은 강기훈과 동일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뜻밖의 윤심 공개에 여야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간 당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윤 대통령이 일관되게 밝혀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징계와 이후 여당 체제 정비의 배후에 윤 대통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만한 빌미를 해당 메시지가 던진 탓이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말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허언이었나”라며 “민생 챙기기에 분초를 다퉈도 부족한 상황에서 당권 장악에 도원결의라도 하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이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또 “윤 대통령은 국민 걱정은 안중에도 없이 뒤에서 몰래 당권 싸움을 진두지휘했다는 말인가”라며 “윤 대통령은 이 대표 징계에 관여했는지 분명히 밝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문자대화 사진 보는 박홍근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문자대화 사진 보는 박홍근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징계하고 내치는 데 배후 역할을 맡지 않으셨나 의구심이 든다”며 “바쁜 국무 시간에 당 의원들이 (대정부질문에서) 잘하는 지 보는 것도 줄 서기를 강요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 기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손잡고 선거 운동한 사진을 올리며 '내부 총질'이라고 적어 우회적으로 이 대표 엄호에 나섰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울릉도 사진을 올리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윤 대통령이 27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논란에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