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물가상승의 여파로 '서민의 맛'이 위협받고 있다. 한국은 김치, 인도는 카레의 주원료인 향신료 가격이 급등해 서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서민 요리의 대표인 라면값이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27일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2월 일본 전국의 라면 평균가격은 609엔(약 5850원)으로 1년전 같은 기간보다 6엔 올랐다.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3월 이후에도 일본의 라면 가격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서 라면은 자체 제조한 면과 스프, 각종 고명 등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서민 물가의 온도계 역할을 한다. 그만큼 재료값 상승의 영향을 쉽게 받는 품목이기도 하다.

일본라면 전문점을 직격한 건 밀가루다. 총무성의 소매물가통계조사에 따르면 밀가루 가격은 1년새 12.3% 올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밀의 공급이 불안한데다 기후변동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면 스프의 기본재료인 간장도 주원료인 대두값 상승의 영향으로 5.8% 올랐다. 고명으로 사용하는 돼지 삼겹살과 다시를 내는데 쓰는 다시마와 말린생선 가격도 0.2~1.5% 올랐다. 사료 가격과 어선의 연료비가 1년 내내 상승한 탓이다.
2월 일본 전국의 라면 평균가격(아래 그래프)은 609엔(약 585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원료인 밀가루와 간장 가격이 1년새 12.3%, 5.8% 올랐다. 돼지 삼겹살, 다시마, 말린생선 가격도 0.2~1.5%씩 상승했다. (자료 : 니혼게이자이신문)
2월 일본 전국의 라면 평균가격(아래 그래프)은 609엔(약 585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원료인 밀가루와 간장 가격이 1년새 12.3%, 5.8% 올랐다. 돼지 삼겹살, 다시마, 말린생선 가격도 0.2~1.5%씩 상승했다. (자료 : 니혼게이자이신문)
라면의 주원료 가운데 김만 가격이 1.4% 내렸지만 생산량 감소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조사회사인 도쿄상공리서치는 "영세업자들이 대부분인 라면 전문점에 원료값 부담은 크다"며 "가격인상이 확산하는 동시에 도산건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침 물가도 올랐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빵과 커피, 코코아, 낫또, 두부 등 아침식사와 관련이 깊은 식재료 10가지로 산출하는 '아침물가지수'를 매월 발표한다. 지난 3월 아침물가지수는 1년전보다 4.6% 올라 8년 만의 최대폭을 기록했다.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인상률이 이어지면 일본인의 연간 아침식사 비용이 4400엔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먹거리 물가 상승에 고통받는 건 일본 만이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의 김치 가격이 1년새 10% 이상 상승했다"며 "인도는 카레의 주원료인 향신료 가격이 치솟아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