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임종석·조응천 지지 얻은 비결?…"계파 떠나 일하니 알아봐 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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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전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전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8.28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임종석, 김영춘 등 86 운동권부터 당내 소신파인 조응천, 소장파 장철민 의원까지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계파·정파를 초월한 이들이 잇따라 강 의원의 우군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례적으로 비치기도 한다. 강 의원은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오래 본 분들이 묵묵히 일하는 점을 평가하고 알아봐 준 것"이라고 말했다.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주자 중 한 명으로 출사표를 던진 만큼 '반이재명' 단일화에도 눈길이 쏠린다. 그러나 강 의원은 "이번 선거를 '친명 대 반명'의 구도로 보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보다는 '새로움과 낡음' '미래와 현재'의 대결로 규정했다. 또 "민주당은 어려울 때 대세보다 파격을 선택했다"며 자신이 당대표가 된다면 '파격'이 될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다음은 강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임종석·김영춘·조응천·장철민 등 계파를 초월한 당내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강 의원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86세대 맏형, 당내 개혁 소신파, 소장파까지 두루 우군을 확보했는데.
"그분들의 공통점은 나를 경험해보셨다는 점이다. 강훈식이란 사람을 오래 본 분들이다. 위치에 따라 기대는 달라도 오래 봐 온 분들의 지지라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97그룹들이 먼저 치고 나가 이름을 날릴 때 나는 뒤에 머물기도 했다. 그러나 정파나 계파를 떠나 묵묵히 자기 일 하니 그런 모습을 선배들이 알아봐 준 것 아닐까."
▷임 전 비서실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총리 후보로 강 의원을 추천했다고 SNS에 밝혀 화제가 됐다. 당시에 알고 있었나.
"알고는 있었다. 다만 정치인은 자기가 높은 것도, 깊은 것도 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 전 실장께선 평소 '자꾸 용기를 내라' '앞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해주신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86그룹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후원회장을 맡았다.
"김 전 장관께는 출마 선언 전 솔직한 고민을 말씀드렸다. 이대로 지금 자리에 안주하면 3선 등 정치를 계속하는 건 문제가 아닐 것 같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누군가 나한테 멀리서 '너도 구태가 돼 간다'고 말하는 게 귀에 들렸다. 고전을 보면, 장수가 허벅지에 붙은 살을 보고 '말을 탄 지 오래됐구나' 하고 느낀다잖나.
그러다 SNS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예전 연설을 다시 보게 됐다.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줬던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다. (이제)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600년의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는 연설. 그 연설이 내 얘기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설적으로 내 모습은 그렇게 살고 있지 않더라. 그래서 도전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김 전 장관께 후원회장을 부탁드렸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 등의 지지를 받고 있고, 이인영 의원도 출마 전 97그룹(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주자들을 만나 조언을 건넸다고 들었다. 이를 86그룹에서 97그룹으로의 세대교체 또는 이양이라고 봐도 될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의원께선 앞으로 10년 97그룹이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텐데 기회가 있으니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던 거다. 이양한다고 이양되지도 않는다. (권력은) 86그룹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라 당원, 국민으로부터 내려오는 것이다."
▷비수도권 당대표 후보로는 유일하다. 충청권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당대표 후보까지 됐는데.
"14년 전 처음 출마했을 때만 해도 자민련 텃밭인 충남에서 민주당 명함을 주면 '빨갱이'라고 찍혔다. 2008년 첫 선거에서 13.8% 받았고, 4년 뒤 도전했지만, 또 떨어졌다. 이후 4년 더 준비해서 국회의원이 됐다. 직전 21대 총선에선 59.7% 받아 충청권 전체 득표율 1위 했다.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이 결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충청도 분들이 태도는 보수적이지만, 생각은 진보적이다. 애국심, 충절도 강하다. 민주당과 궤를 달리하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강 의원이 당대표가 돼야 하나.
"이번 전당대회는 민주당이 어떤 파격을 만들어내냐가 국민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재명 의원은 예측 가능하지만 나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이다. 다른 후보들은 대선, 경선, 당대표 선거 등을 거치며 얼굴을 알렸다. 나는 그 시간 동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성공을 위해 실무적으로 묵묵히 일했다. 지난 대선 때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19대 대선 때는 선대위 대변인을 했다. 그 과정에서 능력으로 인정받았다. 얼굴이 새로워지는 것 자체도 파격이다
나는 바닥부터 올라왔다. 지역위원장 출신이고, 8년간 원외 생활을 했다. 다른 후보들과 다른 지점이다. 또 계파를 초월해 지지받고 있지 않나. 통합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후보다.
민주당은 전국 정당이 돼야 한다. 비수도권 후보인 내가 당대표가 되면 우리 당은 전국 정당이 된다."
▷왜 지금 파격적인 당대표가 필요한가.
"민주당은 어려울 때 늘 예측하지 않은 선택을 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1970년대 '40대 기수론'이 있었고, 가장 진보적인 후보였던 DJ(김대중)는 JP(김종필)와 손잡았다. 역사적으로 처음 있는 수평적 정권 교체였지 않나. 또 호남 기반 정당에서 부산 사람 노무현을 1등으로 만들어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우리 당이 어려울 때 파격을 선택했지, 대세를 따르지 않았다.
강훈식이 당대표가 되면 완전한 파격이고, 궁금해질 것이다. 그런 게 지금 민주당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출마 선언을 할 땐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바람은 어떻게 불지 모른다. 컷오프를 통과하면서부터 이변은 시작될 것이다.
나는 새로운 걸 하고 싶어서 나온 거고, 미래를 만들려고 나왔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판의 균열을 가장 크게 낼 수 있는 사람이 나다."
▷'97그룹' 출마 자체가 '반이재명'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번 전당대회를 '친명 대 반명' 대결로 보는 것에 반대한다. 반명을 내세워 당대표가 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미래와 현재, 새로움과 낡음의 대결이 돼야 한다. 새로움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97그룹 단일화가 와닿는 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반명' 단일화 자체엔 동의하지 않는다.
이재명만으로 어렵지만, 이재명을 빼고도 어렵다. 이재명 의원을 빼자는 식의 대결 구도가 좋다고 보지 않는다. 이재명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걸 우리가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핵심이다. 누가 더 새로운가, 누가 더 미래를 얘기하는가, 누가 더 잘할 수 있는가. 거기서 폭발력이 나와야 당이 건강하게 회복된다." ▷'혁신'과 '미래'를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혁신, 어떤 미래 과제가 있을까.
"우리 당의 선거 패배 원인을 잘 분석하면 어떤 미래를 열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왜 패배했나. 누구를 위해 일하는 정당인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누구를 위해 일하나? 서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는데 누가 서민인가? 민주당이 말하는 서민 또 중산층은? 이걸 아무도 대답 못 한다. 35년 전엔 기준이 있었다. 예를 들면 4인 가구 기준 월 300만원 정도 소득에, 10년 정도 열심히 일하면 내 집 마련을 꿈꿀 수 있다든지 하는 것. 그러나 자산 격차가 커졌고, 소득만으로는 더 이상 판단이 어려워졌다.
30여년 전 당시의 서민은 이제 플랫폼 노동자가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법안을 내고 통과시키겠다, 말해야 한다. 그런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 이처럼 구체적인 준거집단을 적시하는 것이 우리 미래에 중요하다는 얘기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는 다양성이다. 서민, 중산층의 기준이 비교적 명확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훨씬 다양해졌다. 그들을 포용하는 것이 새로운 '진보의 재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얘기하면 과거 평가가 당연히 동반된다. 준거집단 논쟁을 정리하고,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당이 미래로 가는 길이라고 본다. 우리가 정권을 잡았을 때 그 지점에서 우왕좌왕하면서 '내로남불'도 나타났다."
▷한편으론 오히려 민주당이 지지 집단과 반대 집단을 명확히 나눴다는 비판도 있다. 가령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들에게 가혹한 세제 정책을 펼쳤다는 점에서.
"그 모든 의견을 모아 준거집단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 당대표가 된다면 '진보 재구성 위원회'를 만들겠다. 끝장날 때까지 토론해보자는 얘기다.
보수는 야당의 시간 동안 보수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의 성공 방정식은 분열과 갈라치기였다. 남북·남녀·세대 분열 등을 통해 정권을 획득했다. 보수는 자기들의 시간 동안 얼굴과 내용 모두 바꿔서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의 성공 방정식은 정해져 있다. 세대를 통합하고, 남녀 갈등을 극복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진보 재구성을 논의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힙하고 쿨하게'도 선거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힙하고 쿨한 민주당은 뭘까.
"우리는 힙하고 쿨했었다. 예를 들면 과거 민주당 지지자들은 '나꼼수'를 들으면서 우리가 그래도 세상을 많이 아는 것 같다고 쑥덕대는 '힙'한 게 있었다. 또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다. '핫'하고 '펍(대중적)'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추억으로만 남은 걸 가져와야 한다는 얘기다. 어게인 '힙 앤 쿨'
보수는 재구성했지만 그들의 얼굴은 하나로 상징된다. '능력주의' '성공한 50대 주류'. 그러나 진보의 얼굴은 다양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 소수 등 모든 이들의 얼굴을 담는 게 진보여야 한다. 기후위기, 친환경 정책·실천 등에도 앞장서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힙하게 될 거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출마 선언문에도 '책임'을 언급했는데, 대선 패배, 정권 교체 등 책임론에 대해선?
"출마 선언문에서 밝혔듯 나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대로 민주당 국회의원이면 책임이 없는 게 이상하지 않나? 대선 때 열심히 뛴 것이 당대표가 되는 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열심히 안 한 사람들, 그때 행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당대회 나올 자격이 있느냐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쓴소리를 안 했다는 지적은 동의하지 않는다. 여당이라 숨죽이고 있었다. 여당은 그런 것이다. 상대 당에서 써 먹힐 만한 단어를 쉽게 말하는 건 정부와 당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숨죽였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편했을까? 밖에서 속 시원히 말하는 건 용기지만 그게 도움이 되느냐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이재명 의원의 출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출마 선언문에서 언급했듯 재보궐 선거에 나갔던 것은 나도 비판했다. 그 뒤로는 가급적 더 언급 안 하려 한다. '사법 리스크' 같은 걸 말하는 건 옳지 않다. 당대표 후보의 언어가 아니다. 이재명 의원은 우리 당 소속 의원이다. 여당이 고발하고, 여당이 만든 리스크를 우리가 주장하면 자가당착일 뿐이다. 대선 때 나왔던 이야기를 계속 말하면 그런 대선 후보를 전 국민 앞에 내놓은 결과밖에 안 된다. 책임질 일이 있다면 이 의원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해서 전당대회에 활용하는 것은 적어도 당대표 후보자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97그룹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86 운동권 그룹과 비교하면 97세대가 뭘 했냐'는 지적인데.
"본인들이 97세대를 너무 몰랐던 것 아닌가. 97은 이미 운동권 세대가 아니다. 내가 총학생회장이 되기 전 선배들은 반독재 투쟁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우리 때는 이미 소련이 붕괴했고, 김영삼·김대중 정부가 들어섰다. 반독재 투쟁을 안 해 정치적 자산이 없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는 다른 새로운 것들을 진행해야 했다. 학생운동의 새로운 가치, 내용을 이야기해야 했다. 시대에 맞는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받아들이는 학생운동. 보다 삶에 천착한 다양한 학생 문제들을 연구했다. 97세대가 집단으로 경험한 것이 다양성이다. 지금 우리 당의 위기와도 닮아있는 부분이다."
▷당대표가 되면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싶은 일은?
"단기적 과제로는 '문제는 경제야' 위원회를 만들 것이다. 지금 경제가 어려운 건 사실 예견된 거다. 그래서 정부의 무능이 더 화난다. 모두가 위기가 올 것을 알고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 때문이라는 프레임이나 내세워 수준 낮은 대응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돈이 풀렸고, 이후 발생할 충격에 대해 모두가 우려했다. 자기들이 잘할 거라고 주장해 당선돼 놓고는 문재인 정부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대통령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식의 말이나 하고 있질 않나. 우리가 민생의 문제에 집중해 대안 정당으로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정치 탄압 위원회를 발족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 손에 검찰권을 쥐고도 경찰권까지 쥐려고 한다. 민주주의를 통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정치 탄압을 막고 대응할 것이다. 선명 야당의 역할이다. 경찰을 지켜야 한다. 지켜야 할 대상을 지키는 게 연대의 시작이다.
장기적으로는 '진보의 재구성' 위원회를 통해 민주당이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어떻게 다가갈지 논의하며 구체화할 것이다. 당의 강령, 원칙, 노선 등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정당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설지연/오형주 기자 sjy@hankyung.com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주자 중 한 명으로 출사표를 던진 만큼 '반이재명' 단일화에도 눈길이 쏠린다. 그러나 강 의원은 "이번 선거를 '친명 대 반명'의 구도로 보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보다는 '새로움과 낡음' '미래와 현재'의 대결로 규정했다. 또 "민주당은 어려울 때 대세보다 파격을 선택했다"며 자신이 당대표가 된다면 '파격'이 될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다음은 강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임종석·김영춘·조응천·장철민 등 계파를 초월한 당내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강 의원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86세대 맏형, 당내 개혁 소신파, 소장파까지 두루 우군을 확보했는데.
"그분들의 공통점은 나를 경험해보셨다는 점이다. 강훈식이란 사람을 오래 본 분들이다. 위치에 따라 기대는 달라도 오래 봐 온 분들의 지지라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97그룹들이 먼저 치고 나가 이름을 날릴 때 나는 뒤에 머물기도 했다. 그러나 정파나 계파를 떠나 묵묵히 자기 일 하니 그런 모습을 선배들이 알아봐 준 것 아닐까."
▷임 전 비서실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총리 후보로 강 의원을 추천했다고 SNS에 밝혀 화제가 됐다. 당시에 알고 있었나.
"알고는 있었다. 다만 정치인은 자기가 높은 것도, 깊은 것도 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 전 실장께선 평소 '자꾸 용기를 내라' '앞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해주신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86그룹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후원회장을 맡았다.
"김 전 장관께는 출마 선언 전 솔직한 고민을 말씀드렸다. 이대로 지금 자리에 안주하면 3선 등 정치를 계속하는 건 문제가 아닐 것 같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누군가 나한테 멀리서 '너도 구태가 돼 간다'고 말하는 게 귀에 들렸다. 고전을 보면, 장수가 허벅지에 붙은 살을 보고 '말을 탄 지 오래됐구나' 하고 느낀다잖나.
그러다 SNS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예전 연설을 다시 보게 됐다.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줬던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다. (이제)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600년의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는 연설. 그 연설이 내 얘기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설적으로 내 모습은 그렇게 살고 있지 않더라. 그래서 도전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김 전 장관께 후원회장을 부탁드렸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 등의 지지를 받고 있고, 이인영 의원도 출마 전 97그룹(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주자들을 만나 조언을 건넸다고 들었다. 이를 86그룹에서 97그룹으로의 세대교체 또는 이양이라고 봐도 될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의원께선 앞으로 10년 97그룹이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텐데 기회가 있으니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던 거다. 이양한다고 이양되지도 않는다. (권력은) 86그룹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라 당원, 국민으로부터 내려오는 것이다."
▷비수도권 당대표 후보로는 유일하다. 충청권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당대표 후보까지 됐는데.
"14년 전 처음 출마했을 때만 해도 자민련 텃밭인 충남에서 민주당 명함을 주면 '빨갱이'라고 찍혔다. 2008년 첫 선거에서 13.8% 받았고, 4년 뒤 도전했지만, 또 떨어졌다. 이후 4년 더 준비해서 국회의원이 됐다. 직전 21대 총선에선 59.7% 받아 충청권 전체 득표율 1위 했다.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이 결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충청도 분들이 태도는 보수적이지만, 생각은 진보적이다. 애국심, 충절도 강하다. 민주당과 궤를 달리하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강 의원이 당대표가 돼야 하나.
"이번 전당대회는 민주당이 어떤 파격을 만들어내냐가 국민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재명 의원은 예측 가능하지만 나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이다. 다른 후보들은 대선, 경선, 당대표 선거 등을 거치며 얼굴을 알렸다. 나는 그 시간 동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성공을 위해 실무적으로 묵묵히 일했다. 지난 대선 때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19대 대선 때는 선대위 대변인을 했다. 그 과정에서 능력으로 인정받았다. 얼굴이 새로워지는 것 자체도 파격이다
나는 바닥부터 올라왔다. 지역위원장 출신이고, 8년간 원외 생활을 했다. 다른 후보들과 다른 지점이다. 또 계파를 초월해 지지받고 있지 않나. 통합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후보다.
민주당은 전국 정당이 돼야 한다. 비수도권 후보인 내가 당대표가 되면 우리 당은 전국 정당이 된다."
▷왜 지금 파격적인 당대표가 필요한가.
"민주당은 어려울 때 늘 예측하지 않은 선택을 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1970년대 '40대 기수론'이 있었고, 가장 진보적인 후보였던 DJ(김대중)는 JP(김종필)와 손잡았다. 역사적으로 처음 있는 수평적 정권 교체였지 않나. 또 호남 기반 정당에서 부산 사람 노무현을 1등으로 만들어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우리 당이 어려울 때 파격을 선택했지, 대세를 따르지 않았다.
강훈식이 당대표가 되면 완전한 파격이고, 궁금해질 것이다. 그런 게 지금 민주당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출마 선언을 할 땐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바람은 어떻게 불지 모른다. 컷오프를 통과하면서부터 이변은 시작될 것이다.
나는 새로운 걸 하고 싶어서 나온 거고, 미래를 만들려고 나왔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판의 균열을 가장 크게 낼 수 있는 사람이 나다."
▷'97그룹' 출마 자체가 '반이재명'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번 전당대회를 '친명 대 반명' 대결로 보는 것에 반대한다. 반명을 내세워 당대표가 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미래와 현재, 새로움과 낡음의 대결이 돼야 한다. 새로움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97그룹 단일화가 와닿는 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반명' 단일화 자체엔 동의하지 않는다.
이재명만으로 어렵지만, 이재명을 빼고도 어렵다. 이재명 의원을 빼자는 식의 대결 구도가 좋다고 보지 않는다. 이재명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걸 우리가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핵심이다. 누가 더 새로운가, 누가 더 미래를 얘기하는가, 누가 더 잘할 수 있는가. 거기서 폭발력이 나와야 당이 건강하게 회복된다." ▷'혁신'과 '미래'를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혁신, 어떤 미래 과제가 있을까.
"우리 당의 선거 패배 원인을 잘 분석하면 어떤 미래를 열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왜 패배했나. 누구를 위해 일하는 정당인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누구를 위해 일하나? 서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는데 누가 서민인가? 민주당이 말하는 서민 또 중산층은? 이걸 아무도 대답 못 한다. 35년 전엔 기준이 있었다. 예를 들면 4인 가구 기준 월 300만원 정도 소득에, 10년 정도 열심히 일하면 내 집 마련을 꿈꿀 수 있다든지 하는 것. 그러나 자산 격차가 커졌고, 소득만으로는 더 이상 판단이 어려워졌다.
30여년 전 당시의 서민은 이제 플랫폼 노동자가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법안을 내고 통과시키겠다, 말해야 한다. 그런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 이처럼 구체적인 준거집단을 적시하는 것이 우리 미래에 중요하다는 얘기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는 다양성이다. 서민, 중산층의 기준이 비교적 명확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훨씬 다양해졌다. 그들을 포용하는 것이 새로운 '진보의 재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얘기하면 과거 평가가 당연히 동반된다. 준거집단 논쟁을 정리하고,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당이 미래로 가는 길이라고 본다. 우리가 정권을 잡았을 때 그 지점에서 우왕좌왕하면서 '내로남불'도 나타났다."
▷한편으론 오히려 민주당이 지지 집단과 반대 집단을 명확히 나눴다는 비판도 있다. 가령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들에게 가혹한 세제 정책을 펼쳤다는 점에서.
"그 모든 의견을 모아 준거집단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 당대표가 된다면 '진보 재구성 위원회'를 만들겠다. 끝장날 때까지 토론해보자는 얘기다.
보수는 야당의 시간 동안 보수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의 성공 방정식은 분열과 갈라치기였다. 남북·남녀·세대 분열 등을 통해 정권을 획득했다. 보수는 자기들의 시간 동안 얼굴과 내용 모두 바꿔서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의 성공 방정식은 정해져 있다. 세대를 통합하고, 남녀 갈등을 극복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진보 재구성을 논의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힙하고 쿨하게'도 선거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힙하고 쿨한 민주당은 뭘까.
"우리는 힙하고 쿨했었다. 예를 들면 과거 민주당 지지자들은 '나꼼수'를 들으면서 우리가 그래도 세상을 많이 아는 것 같다고 쑥덕대는 '힙'한 게 있었다. 또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다. '핫'하고 '펍(대중적)'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추억으로만 남은 걸 가져와야 한다는 얘기다. 어게인 '힙 앤 쿨'
보수는 재구성했지만 그들의 얼굴은 하나로 상징된다. '능력주의' '성공한 50대 주류'. 그러나 진보의 얼굴은 다양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 소수 등 모든 이들의 얼굴을 담는 게 진보여야 한다. 기후위기, 친환경 정책·실천 등에도 앞장서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힙하게 될 거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출마 선언문에도 '책임'을 언급했는데, 대선 패배, 정권 교체 등 책임론에 대해선?
"출마 선언문에서 밝혔듯 나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대로 민주당 국회의원이면 책임이 없는 게 이상하지 않나? 대선 때 열심히 뛴 것이 당대표가 되는 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열심히 안 한 사람들, 그때 행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당대회 나올 자격이 있느냐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쓴소리를 안 했다는 지적은 동의하지 않는다. 여당이라 숨죽이고 있었다. 여당은 그런 것이다. 상대 당에서 써 먹힐 만한 단어를 쉽게 말하는 건 정부와 당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숨죽였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편했을까? 밖에서 속 시원히 말하는 건 용기지만 그게 도움이 되느냐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이재명 의원의 출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출마 선언문에서 언급했듯 재보궐 선거에 나갔던 것은 나도 비판했다. 그 뒤로는 가급적 더 언급 안 하려 한다. '사법 리스크' 같은 걸 말하는 건 옳지 않다. 당대표 후보의 언어가 아니다. 이재명 의원은 우리 당 소속 의원이다. 여당이 고발하고, 여당이 만든 리스크를 우리가 주장하면 자가당착일 뿐이다. 대선 때 나왔던 이야기를 계속 말하면 그런 대선 후보를 전 국민 앞에 내놓은 결과밖에 안 된다. 책임질 일이 있다면 이 의원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해서 전당대회에 활용하는 것은 적어도 당대표 후보자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97그룹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86 운동권 그룹과 비교하면 97세대가 뭘 했냐'는 지적인데.
"본인들이 97세대를 너무 몰랐던 것 아닌가. 97은 이미 운동권 세대가 아니다. 내가 총학생회장이 되기 전 선배들은 반독재 투쟁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우리 때는 이미 소련이 붕괴했고, 김영삼·김대중 정부가 들어섰다. 반독재 투쟁을 안 해 정치적 자산이 없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는 다른 새로운 것들을 진행해야 했다. 학생운동의 새로운 가치, 내용을 이야기해야 했다. 시대에 맞는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받아들이는 학생운동. 보다 삶에 천착한 다양한 학생 문제들을 연구했다. 97세대가 집단으로 경험한 것이 다양성이다. 지금 우리 당의 위기와도 닮아있는 부분이다."
▷당대표가 되면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싶은 일은?
"단기적 과제로는 '문제는 경제야' 위원회를 만들 것이다. 지금 경제가 어려운 건 사실 예견된 거다. 그래서 정부의 무능이 더 화난다. 모두가 위기가 올 것을 알고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 때문이라는 프레임이나 내세워 수준 낮은 대응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돈이 풀렸고, 이후 발생할 충격에 대해 모두가 우려했다. 자기들이 잘할 거라고 주장해 당선돼 놓고는 문재인 정부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대통령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식의 말이나 하고 있질 않나. 우리가 민생의 문제에 집중해 대안 정당으로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정치 탄압 위원회를 발족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 손에 검찰권을 쥐고도 경찰권까지 쥐려고 한다. 민주주의를 통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정치 탄압을 막고 대응할 것이다. 선명 야당의 역할이다. 경찰을 지켜야 한다. 지켜야 할 대상을 지키는 게 연대의 시작이다.
장기적으로는 '진보의 재구성' 위원회를 통해 민주당이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어떻게 다가갈지 논의하며 구체화할 것이다. 당의 강령, 원칙, 노선 등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정당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설지연/오형주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