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3상 실패한 루게릭병 치료제 FDA 우선심사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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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의 바이오톡(talk)]2차 평가변수로 신청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6일(현지시간) 바이오젠의 루게릭병(ALS·근위축성측삭경화증) 치료제 ‘토퍼센’의 우선심사를 승인했다. 토퍼센은 지난해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해 실패한 약물이다. 우선심사 결과는 내년 1월 25일에 나올 예정이다.
바이오젠은 지난 10월 토퍼센의 임상 3상(VALOR) 결과를 발표했다. 3상은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아제1(SOD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루게릭병 환자 10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토퍼센은 약물 투여 후 28주까지 1차 평가변수인 기능평가척도(ALSFRS-R)의 개선 정도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대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하면 임상 실패로 간주한다.
하지만 바이오젠은 증상이 빠르게 악화되는 환자군에서 2차 평가변수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들어 우선심사를 신청했다.
3상에서 평가한 2차 평가변수는 뇌척수액(CSF) 내 SOD1 단백질의 농도와 미세신경섬유경쇄(NfL) 농도 변화다.
SOD1은 ALS 발병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단백질이다. SOD1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돌연변이 SOD1 단백질이 응집하며 뇌에 문제를 일으킨다. SOD1 연관 ALS 환자는 전체 ALS 환자의 2% 정도를 차지한다. 토퍼센은 돌연변이 SOD1 단백질의 양을 줄여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즉 뇌척수액 내 SOD1의 양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약물이 효과적으로 작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3상 결과에 따르면 SOD1의 농도는 증상이 빠르게 악화되는 환자군, 속도가 느린 환자군에서 위약 대비 각각 38%와 26% 감소했다.
두 번째 2차 평가변수인 NfL는 뇌 신경세포를 이루는 단백질 중 하나다. 신경세포가 손상되거나 사멸하면 세포 밖으로 누출된다. 뇌척수액 혹은 혈액에서도 검출된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루게릭 혹은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NfL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3상 결과에서는 빠른 속도군, 느린 속도군에서 각각 67%와 48%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
바이오젠은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개방형 확장 연구(OLE)를 6개월간 수행했다. 기존 3상에 참여했던 환자 108명 중 95명이 이 연구에 참여했다.
회사는 총 12개월간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약물을 조기 투여한 환자에서 운동 기능, 호흡 기능, 근력, 삶의 질 등 네 가지 주요 변수가 비교적 느리게 악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알프레드 샌드록 바이오젠 연구개발책임자는 “SOD1-ALS 환자가 토퍼센을 빠르게 투여할 수 있도록 의약품 동정적 사용제도(EAP·Expanded Access Program)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AP는 FDA의 허가를 받기 전에 있는 신약을 중증질환자 또는 응급상황에 있는 환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바이오젠은 EAP를 통해 더 광범위한 루게릭병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우선심사 승인에 대해서는 아두헬름의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헬름’을 개발한 제약사다. 지난해 6월 FDA 승인을 받은 아두헬름 역시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해 실패했지만, 이후 고용량을 투여한 환자만을 대상으로 추가 임상을 진행해 FDA 승인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후 계속되는 효능 논란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다.
국내의 한 투자 전문가는 “임상 3상에 실패하고도 FDA 승인을 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바이오젠도 과감한 시도를 한 것”이라며 “다만 FDA가 2차 평가지표를 대리지표로서 인정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만약 토퍼센이 FDA 승인을 받는다면 루게릭병 치료제 중 기전이 밝혀진 유일한 약물이 된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루게릭병 치료제는 사노피의 ‘리루텍’(성분명 리루졸)과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의 ‘라디컷’(성분명 에다라본)이 있다. 두 약물 모두 케미컬 치료제로 정확한 치료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다.
토퍼센은 안티센스(RNA) 치료제로 변이를 일으킨 SOD1 mRNA에 결합해 단백질 발현을 막는다. 국내 전문가는 “치료기전이 밝혀져 있다는 것은 승인 심사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SOD1-ALS가 희귀 유전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비교적 느슨하게 평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바이오젠은 지난 10월 토퍼센의 임상 3상(VALOR) 결과를 발표했다. 3상은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아제1(SOD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루게릭병 환자 10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토퍼센은 약물 투여 후 28주까지 1차 평가변수인 기능평가척도(ALSFRS-R)의 개선 정도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대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하면 임상 실패로 간주한다.
하지만 바이오젠은 증상이 빠르게 악화되는 환자군에서 2차 평가변수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들어 우선심사를 신청했다.
3상에서 평가한 2차 평가변수는 뇌척수액(CSF) 내 SOD1 단백질의 농도와 미세신경섬유경쇄(NfL) 농도 변화다.
SOD1은 ALS 발병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단백질이다. SOD1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돌연변이 SOD1 단백질이 응집하며 뇌에 문제를 일으킨다. SOD1 연관 ALS 환자는 전체 ALS 환자의 2% 정도를 차지한다. 토퍼센은 돌연변이 SOD1 단백질의 양을 줄여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즉 뇌척수액 내 SOD1의 양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약물이 효과적으로 작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3상 결과에 따르면 SOD1의 농도는 증상이 빠르게 악화되는 환자군, 속도가 느린 환자군에서 위약 대비 각각 38%와 26% 감소했다.
두 번째 2차 평가변수인 NfL는 뇌 신경세포를 이루는 단백질 중 하나다. 신경세포가 손상되거나 사멸하면 세포 밖으로 누출된다. 뇌척수액 혹은 혈액에서도 검출된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루게릭 혹은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NfL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3상 결과에서는 빠른 속도군, 느린 속도군에서 각각 67%와 48%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
바이오젠은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개방형 확장 연구(OLE)를 6개월간 수행했다. 기존 3상에 참여했던 환자 108명 중 95명이 이 연구에 참여했다.
회사는 총 12개월간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약물을 조기 투여한 환자에서 운동 기능, 호흡 기능, 근력, 삶의 질 등 네 가지 주요 변수가 비교적 느리게 악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알프레드 샌드록 바이오젠 연구개발책임자는 “SOD1-ALS 환자가 토퍼센을 빠르게 투여할 수 있도록 의약품 동정적 사용제도(EAP·Expanded Access Program)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AP는 FDA의 허가를 받기 전에 있는 신약을 중증질환자 또는 응급상황에 있는 환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바이오젠은 EAP를 통해 더 광범위한 루게릭병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우선심사 승인에 대해서는 아두헬름의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헬름’을 개발한 제약사다. 지난해 6월 FDA 승인을 받은 아두헬름 역시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해 실패했지만, 이후 고용량을 투여한 환자만을 대상으로 추가 임상을 진행해 FDA 승인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후 계속되는 효능 논란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다.
국내의 한 투자 전문가는 “임상 3상에 실패하고도 FDA 승인을 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바이오젠도 과감한 시도를 한 것”이라며 “다만 FDA가 2차 평가지표를 대리지표로서 인정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만약 토퍼센이 FDA 승인을 받는다면 루게릭병 치료제 중 기전이 밝혀진 유일한 약물이 된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루게릭병 치료제는 사노피의 ‘리루텍’(성분명 리루졸)과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의 ‘라디컷’(성분명 에다라본)이 있다. 두 약물 모두 케미컬 치료제로 정확한 치료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다.
토퍼센은 안티센스(RNA) 치료제로 변이를 일으킨 SOD1 mRNA에 결합해 단백질 발현을 막는다. 국내 전문가는 “치료기전이 밝혀져 있다는 것은 승인 심사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SOD1-ALS가 희귀 유전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비교적 느슨하게 평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