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시가총액 2위와 3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의 분기 실적이 월스트리트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 둔화와 강달러 때문이었다.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린 맥도날드 등 소비재 기업의 실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이후 70%에 가까운 기업이 시장 컨센서스 이상의 실적을 내놨지만 예년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침체와 강달러가 악재”

겹악재 뚫고…MS·알파벳 '실적 선방'
MS는 지난 분기에 2.23달러의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레피니티브가 조사한 시장 컨센서스인 2.29달러를 밑돌았다. MS의 EPS가 시장 전망치를 밑돈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라고 CNBC는 전했다. MS의 분기 매출도 518억7000만달러로 전문가 예상치(524억4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지난 분기 매출도 696억9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699억달러에 못 미쳤다. EPS도 1.21달러로 전문가 예상치인 1.28달러보다 낮았다.

두 회사 모두 강달러를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꼽았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해외 통화로 표시되는 해외 시장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진다. 또 해외 매출과 이익을 달러로 환산할 때 환차손을 보게 된다.

에이미 후드 M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달러 강세 요인이 없었다면 매출과 수익성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스 포랏 알파벳 CFO도 “강달러만 아니었다면 매출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강달러 효과를 빼면 MS와 알파벳 실적이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두 기업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강세를 보였다. 경기 둔화 속에서도 주력 사업이 선전했다는 평가다. MS의 클라우드사업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6%에 달했다. 전문가 예상치인 43.4%를 뛰어넘었다.

구글의 광고 매출도 1년 전보다 11.6% 늘었다. 전 분기 증가율인 22.3%에는 못 미치지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광고 매출이 급감한 미국 소셜미디어기업인 스냅과는 다르다는 반응이 많았다.

인플레가 고마운 소비재 기업들

소비재 기업의 실적은 좋았다.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 가까이 늘었다. 메뉴 가격을 올린 효과를 톡톡히 봤다.

코카콜라도 2분기 매출이 113억달러로 예상치(107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제품 가격을 두 자릿수 비율로 올린 덕분이다. 존 머피 코카콜라 CFO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요가 건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지난 분기에 제품 가격을 평균 11.2% 올렸다. 그 덕분에 비누 등의 생활용품 매출 감소폭은 2%에 그쳤고 아이스크림 판매량은 늘어 전체 매출이 증가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으로 S&P500지수 편입 기업 중 21%가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68%의 기업이 추정치 이상의 이익을 냈다. 하지만 이는 지난 5년 평균인 77%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매출 기준으로도 65%의 기업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적을 냈지만 최근 5년 평균인 69%보다는 낮았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