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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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연일 들리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기록) 소식에 역대 최대 호황기를 누렸다. 50%를 웃도는 공모 수익률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공모주 청약은 저위험 투자'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투자가 망설여지는 가상자산도 상장 전에 투자할 수 있는 공모주 같은게 존재한다. 일명 '런치패드(Launch Pad)', '런치풀(Launch Pool)', '킥스타터(Kick Starter)'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가상자산 공모주 청약은 거래소가 직접 특정 미상장 가상자산을 심사하고 토큰(코인) 물량의 일부를 공모주 형태의 청약 상품으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게 특징이다. 이러한 형태를 '거래소 공개(IEO)' 라고 부른다.

IEO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가상자산공개(ICO)'를 대행하는 것으로, 거래소가 사전에 해당 토큰을 검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상장 코인에 투자하는 것 보다는 리스크가 적다고 평가받는다. 거래소는 심사 절차를 거쳐 펀터멘탈이 튼튼하고 전망 좋은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투자자들은 거래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IEO에 참여하는 식이다.

더 샌드박스, 스테픈 등이 참여한 '바이낸스 런치패드'

대표적인 IEO 플랫폼으로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지난 2017년 출시한 런치패드(Launch Pad)를 예시로 들 수 있다.

바이낸스 런치패드는 일정 수량의 바이낸스코인(BNB)을 보유하면 한도 내 청약금액에 준하는 신규 가상자산을 지급하는 이벤트다. 런치패드에 선정된 가상자산은 청약 종료 직후 바이낸스에 상장된다. 풍부한 유동성과 시장의 관심 등 공공연한 호재에 힙입어 이들에게 '상장빔'(상장 후 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 런치패드 화면 / 사진=바이낸스 공식 홈페이지
바이낸스 런치패드 화면 / 사진=바이낸스 공식 홈페이지
바이낸스 런치패드 출신 유명 프로젝트로는 폴리곤(MATIC), 더 샌드박스(SAND), 엑시 인피니티(AXS), 스테픈(GMT)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메타버스 게이밍 플랫폼 더 샌드박스는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신고가(ATH)가 공모가의 1000배를 넘어섰다. 가장 최근 발행된 무브투언(M2E) 프로젝트 스테픈은 M2E의 선두주자로써 그들의 아이디어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바이낸스 런치패드에 참여하려면 공고 전 일주일동안 거래소 지갑에 BNB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거래소는 기습 '스냅샷(Snapshot·특정 일자에 해당 가상자산을 보유중인지 기록하는 것)'을 통해 투자자들의 BNB 수량을 확인한다. 이후 지정된 기간에 이벤트를 '구독(Subscribe)'하면 BNB가 일시 락업(Lock-up)되면서 출금 및 이동이 불가능해지게 된다. 거래소는 계정당 청약 최대 한도금액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신규 가상자산을 할당한다. 투자자들은 BNB를 소모해 청약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런치패드를 통해 상장한다고 해서 거래소가 해당 가상자산의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프로젝트가 초기 로드맵 미실행, 지속가능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용두사미에 그치기도 했다. 이런 경우 투자자들이 원금마저 손해를 볼 수 있어 프로젝트 선택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상자산 예치하면 신규 코인 얻는 '바이낸스 런치풀'

바이낸스 런치풀(Launch Pool)은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해당 예치금에 준하는 신규 가상자산을 순차 지급하는 이벤트다. 우리가 은행에 예금을 하면 이자를 받듯이 가상자산을 스테이킹(Staking, 예치)하면 신규 가상자산을 보상받는 구조다. 바이낸스 런치풀은 예치금 자체를 소진하지 않고 언제든 출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런치패드보다 그 위험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바이낸스 런치풀 화면 / 사진=바이낸스 공식 홈페이지
바이낸스 런치풀 화면 / 사진=바이낸스 공식 홈페이지
바이낸스 런치풀은 통상 한달간 진행되며 바이낸스달러(BUSD)와 BNB 풀(특정 가상자산을 예치할 수 있는 공간)이 생성된다. 프로젝트마다 특정 가상자산 풀이 추가되기도 하는데, 가령 맨체스터 시티 토큰(CITY) 상장 시 블록체인 기반 스포츠 팬덤 플랫폼 칠리즈(CHZ) 풀이 추가되는 식이다. 각 풀의 연이율(APY)은 해당 코인의 리스크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투자자들은 본인의 위험 선호도에 적합한 풀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1달러에 페깅(가치 고정)돼 있는 BUSD 풀에 참여하면 비교적 저위험으로 신규 가상자산을 얻을 수 있다.

런치풀 역시 토큰 분배를 완료한 즉시 바이낸스에 상장된다. 투자자들은 수확한 가상자산의 미래에 베팅해 이를 홀딩하거나 초기 급등할 경우 매도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 때 달러가 아닌 BNB로 매도해 'BNB 수량 늘리기'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해당 사이클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 일종의 '복리의 마법'이 일어나 다음 이벤트에서 더 많은 BNB를 활용해 더 큰 리워드를 얻을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다만 이 경우 BNB토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오히려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거래소가 선택한 가상자산 랜덤 뽑기 응모하는 'FTX IEOs'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가 이끄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에도 공모주 청약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FTX IEOs'가 있다.

FTX IEO 출신 가상자산은 세럼(SRM), 스타아틀라스(ATLAS), C2X(CTX) 등이 있다. 이 중 스타아틀라스의 경우 0.00138달러에 배급돼 상장 첫날 0.17달러까지 상승하며 1만2000%에 가까운 수익률을 보였다.

FTX IEO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고객인증(KYC) 레벨 2 인증을 마친 뒤 이벤트 24시간 전 거래소 자체 토큰 FTT를 예치(스테이킹) 해야 한다. IEO 참가 최소 기준은 150 FTT 스테이킹으로, 물량에 따라 '티켓(ticket)'이 차등 지급된다. 해당 티켓은 일종의 응모권으로 토큰 지급을 보장하지 않지만 입찰 경쟁이 치열한 만큼 티켓을 많이 보유할 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당첨될 경우 제시한 입찰금으로 신규 가상자산을 획득할 수 있고, 낙첨될 경우 입찰금은 즉시 반환된다.
사진 = FTX 트위터
사진 = FTX 트위터
지난 8일에는 네이버 계열사 IPX(전 라인프렌즈)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대체불가능토큰(NFT) 마켓 '크립코(CRIPCO)'의 IEO가 진행됐다. 크립코는 라인프렌즈 캐릭터의 웹3 진출과 지드래곤(GD), 네이버Z, KB, 무신사 등으로 구성된 탈중앙화자율조직(DAO)으로 주목을 받았다.

FTX는 NFT 마켓의 기본 거래 통화 IP3 상장을 담당했다. 토큰 총 공급량의 1%에 달하는 300만 IP3는 즉시 완판됐다. 0.2달러에 지급된 IP3는 상장 당일 1.9달러선까지 9배 급등했다가 1.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도 공모가 대비 3배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거래소 IEO에도 위험이 존재한다. 바로 'FTT 토큰의 시세 하락'이다. 거래소가 IEO를 공지하면 이벤트 참여를 위한 FTT 수요가 급증했다가, IEO가 완료되면 그 수요가 급감해 FTT 보유자에게 미실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투자자는 선물 숏(하락에 베팅) 포지션을 통해 이를 헷징(현물에 있어서 가격변동의 위험을 선물의 가격변동에 의해 상쇄하는 거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FTX는 1시간마다 '펀딩피(funding fee)'를 정산하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수수료)이 더 클 가능성도 있다. 자칫 예기치 못한 변동성이 발생할 경우 청산의 위험도 있다.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과 IEO 경쟁률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취해야 할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IEO 열풍…자체 토큰 유틸리티 확보 목적

대부분의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는 자체 공모 청약을 운영하고 있다. 게이트아이오(Gate. io)의 '스타트업', 후오비(Huobi)의 '프라임리스트', 쿠코인(KuCoin), 바이비트(Bybit), MEXC의 런치패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거래소마다 세부 참여 조건은 다르지만 진행 방식은 유사하다.

거래소는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인하고, 토큰에 유틸리티를 부여한다. 실제로 하락장에서도 거래소 코인의 하락률이 낮은 이유는 런치패드 참여, 거래 수수료 감면 등 이용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혜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MEXC는 '킥스타터', 'M-DAY' 등을 통해 거래소 자체 토큰 MX의 가치를 제고하고 있다. '킥스타터'는 MX로 신규 가상자산 상장 투표에 참여해 상장이 결정되면 이를 에어드랍 받을 수 있는 이벤트다. 'M-DAY'는 투자자들에의 MX 평균 보유량 및 거래량에 비례한 런치패드 참여 티켓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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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우 블루밍비트 기자 told_u_so@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