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찬 ACVC파트너스 대표 "투자사-스타트업 윈윈땐 펀드성과도 극대화"
“우리 펀드에 출자한 한국 기업과 투자받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모두 윈윈해야죠. 펀드 성과를 극대화할 기회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더라고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7년 동안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경험 많은 벤처투자자가 강조한 것은 ‘시너지’였다. 이호찬 ACVC파트너스 대표(사진)는 벤처캐피털(VC) 펀드에 투자한 기업과 잠재적 투자 대상인 스타트업 그리고 그 둘을 잇는 VC까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그런 투자 모델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표는 한국의 1세대 VC라고 불리는 KTB네트워크(현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미국법인인 KTB벤처스(현 다올벤처스)에 2005년 입사한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잔뼈가 굵은 벤처투자자다.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독립, ACVC파트너스를 설립한 그는 “한국 기업이 미국 스타트업에 더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했다”고 했다.

“통상 기업들은 출자 후 VC에 투자를 일임합니다. ACVC파트너스는 투자를 검토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다른 VC와 차별화했죠. 투자하지 않더라도 출자 기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출자사가 직접 지분 투자를 하든, 사업 파트너가 되도록 이어줬습니다.”

이 같은 투자 모델에 공감한 투자자들이 모였다. 모비스가 ACVC의 1호 펀드에 앵커투자자로 참여하며 힘을 실어줬다. 반도체 소재 회사도 앵커투자자로 합류하며 펀드를 출범시켰다. 2년 동안 11개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2곳은 엑시트(투자한 회사의 지분 매도)까지 성공했다. 통상 자금 회수까지 6~7년이 걸리는 VC 투자업계에서 빠른 성과를 거둔 것이다.

출자사와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기술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한다. 이 대표는 “출자 기업의 현업 파트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깐깐하게 평가한다”며 “출자사가 지적한 부분을 우리가 더 면밀히 확인하고 투자해 성공 확률을 높였다”고 했다.

자율주행 기술에 필수적인 레이더 기술을 고해상도로 구현하는 오큘리에 투자할 때 모비스와 함께 검토한 결과 빠른 회수로 돌아왔다. 투자한 지 14개월 만인 지난해 자율주행 기술개발 업체인 앰버렐라에 오큘리를 매각했다. 투자금 대비 3배의 수익을 올렸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마이크로LED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랙시엄에 투자한 것도 빠른 엑시트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기술적으로 완성되기 전에 구글이 10억달러 이상을 들여 인수했다”고 말했다. 투자금 대비 7배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벤처투자는 당장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드립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기술 변화 트렌드를 파악하기에 벤처투자만 한 게 없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 스타트업 창업가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어떤 기술이 어떻게 사업이 되는지를 보려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계를 들여다봐야죠. 모더나, 리비안 등도 10여 년 전에 그렸던 미래가 현실화한 것입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