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권성동의 세번째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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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강릉에서?” 1993년 수원지검에서 20년 만에 만난 당시 윤석열 검사시보(현 대통령)와 권성동 검사(국민의힘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는 단번에 서로 알아보고 합창하듯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 방학 때 강릉 외갓집에 놀러 간 윤 대통령이 권 대행과 동갑내기 친구로 만나 놀던 이후 우연히 재회한 것이다. 그 뒤 두 사람은 가깝게 지내왔고, 익히 알려졌듯 권 대행은 윤 대통령이 대선에 나오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으로 불렸다.
권 대행이 지난 4월 원내대표에 당선된 것이나 지난 8일 이준석 대표가 징계를 받은 뒤 많은 반대에도 지도체제를 원내대표의 대표 대행으로 결정한 데는 대통령과의 관계가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뒷심을 바탕으로 그가 당을 잘 이끌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여기저기서 “무기력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그는 지지율 하락을 부른 ‘내부의 적’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신세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원내대표가 된 뒤 벌써 세 번 고개를 숙였다. 지난 4월 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덜컥 합의했다가 반발이 크자 번복하고 사과했다. 자신의 지역구 선거관리위원의 아들이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밝혀지자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더니 9급에 넣었더라”고 해 국민 염장을 질렀고, 또 한 번 사과했다.
이번엔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공개로 코너에 몰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징계를 받은 이 대표를 겨냥,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라고 한 내용이 알려져 파장이 크다. “당무에 관여 않겠다”고 했다가 ‘내부 총질’이란 거친 표현으로 당권 싸움에 개입한 듯한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한심한 것은 권 대행이 국회 대정부질문이 한창인 시간에 휴대전화로 ‘문자질’하다가 들통났다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기세가 오른 야당 의원들은 총리와 장관들을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파문이 일자 90도로 숙여 세 번째 사과를 했다.
그러나 잇단 헛발질로 그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해·사과·유감 정도로 넘어가려 하나 민심과 당심은 권 대행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여권 전면 쇄신책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권 대행이 지난 4월 원내대표에 당선된 것이나 지난 8일 이준석 대표가 징계를 받은 뒤 많은 반대에도 지도체제를 원내대표의 대표 대행으로 결정한 데는 대통령과의 관계가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뒷심을 바탕으로 그가 당을 잘 이끌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여기저기서 “무기력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그는 지지율 하락을 부른 ‘내부의 적’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신세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원내대표가 된 뒤 벌써 세 번 고개를 숙였다. 지난 4월 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덜컥 합의했다가 반발이 크자 번복하고 사과했다. 자신의 지역구 선거관리위원의 아들이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밝혀지자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더니 9급에 넣었더라”고 해 국민 염장을 질렀고, 또 한 번 사과했다.
이번엔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공개로 코너에 몰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징계를 받은 이 대표를 겨냥,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라고 한 내용이 알려져 파장이 크다. “당무에 관여 않겠다”고 했다가 ‘내부 총질’이란 거친 표현으로 당권 싸움에 개입한 듯한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한심한 것은 권 대행이 국회 대정부질문이 한창인 시간에 휴대전화로 ‘문자질’하다가 들통났다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기세가 오른 야당 의원들은 총리와 장관들을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파문이 일자 90도로 숙여 세 번째 사과를 했다.
그러나 잇단 헛발질로 그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해·사과·유감 정도로 넘어가려 하나 민심과 당심은 권 대행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여권 전면 쇄신책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