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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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이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2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재원 조달에 성공했다. 이 금액은 신설 중인 헝가리 이반차공장 건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SK온은 “현재 추진 중인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SK온은 독일 무역보험기관 오일러헤르메스,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총 20억달러(약 2조6240억원)의 투자금을 마련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오일러헤르메스와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각각 8억달러, 7억달러의 보험을 제공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3억달러를 SK온에 대출하고, 2억달러 규모 보증을 선다. SK온은 이를 바탕으로 다음달부터 7개 해외 상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2년 거치, 5년 균등 분할 상환 조건이다.

SK온은 현재 신설 중인 헝가리 이반차공장 건설 과정에 이 재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총 3조3100억원을 투입하는 이 공장은 연 30GWh 생산 규모로 2024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SK온은 현재 헝가리 코마롬에 각각 연 7.5GWh, 연 10GWh 두 개 공장을 운영 중이고, 포드와는 터키에 연 30~45GWh 합작공장(이르면 2025년 가동)을 신설할 계획이다.

SK온은 “배터리 업체가 공적수출기관(ECA) 파이낸싱을 통해 확보한 자금 중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SK온의 유럽 배터리 사업이 국익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이번 투자에 참여했다. 오일러헤르메스는 자국 폭스바겐 전기차에 SK온 배터리가 적용되는 점에서 파이낸싱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 따르면 SK온은 4~5개 국내 및 해외 사모펀드(PE)로부터 프리IPO를 진행 중이다. 이들이 기존보다 SK온의 기업가치를 30조~35조원으로 낮춰 투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올해 1조원 이상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실적이 개선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번에 대규모 재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하면서 향후 투자 유치에도 물꼬가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SK온은 투자금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번 발표는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다는 기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