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가 오는 2일 오전 11시부터 하이브의 인더숲 숙박 예매를 시작한다. BTS가 지난해 여름 휴가를 보냈던 인더숲의 전경. /에어비앤비 제공
에어비앤비가 오는 2일 오전 11시부터 하이브의 인더숲 숙박 예매를 시작한다. BTS가 지난해 여름 휴가를 보냈던 인더숲의 전경. /에어비앤비 제공
지난 25일 서울의 도심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았으나 고지대인 강원 평창은 27도를 밑돌았다. 햇볕은 따가웠지만 나무 그늘 밑은 더없이 선선하고 쾌적했다. 나무 밑에서 망중한을 즐기다 보면 도시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한층 누그러드는 느낌이었다.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인자요산·仁者樂山)’는 공자의 말이 와닿는 순간이다.

KTX평창역에서 차를 타고 20분 정도로 달리면 메밀꽃밭이 나온다. ‘메밀꽃 필 무렵’을 쓴 이효석 작가의 고향 봉평면이다. 7월의 메밀밭은 개화를 앞둔 꽃봉오리들로 가득 찼다. 봉평면사무소를 거쳐 10분간 더 산길을 달리면 새하얀 저택과 마주하게 된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지난여름을 보냈던 별장 ‘인더숲’이다. BTS가 머무는 모습은 지난해 10월부터 3주에 걸쳐 예능 프로그램 ‘인더숲 BTS’를 통해 방송됐다. 전 세계 아미(BTS팬클럽)들에게 인더숲은 성지 가운데 하나가 됐다.

BTS의 충전소 ‘인더숲’

인더숲 공용거실
인더숲 공용거실
저택에 들어서면 곧장 멤버 슈가가 유리창에 적어놓은 “잘 놀다 갑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에어비앤비는 BTS 멤버들이 쓰던 소품들을 인더숲에 구비해놨다. 거실 천장에는 제이홉이 갖고 놀던 고무 동력기가 걸려 있다. 마당 한쪽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모습의 자전거가 보인다. 뷔가 불었던 트럼펫도, 제이홉이 쓴 폴라로이드 카메라, RM이 운동했던 헬스 기구도 볼 수 있다. 서재에는 멤버들이 열창할 때 쓰던 노래방 반주기도 놓여 있다.
인더숲 다이닝룸
인더숲 다이닝룸
독채 별장처럼 한적한 곳이지만 놀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수영장, 바비큐 그릴, 트램펄린, 족구장도 설치됐다. 거실과 트레이닝 룸, 서재에서는 거대한 유리창으로 바깥을 내다볼 수 있다. 저 멀리 거대한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BTS가 지냈던 때와 똑같은 모습

인더숲 2층 침실
인더숲 2층 침실
에어비앤비가 이곳을 처음으로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다. 인더숲을 보유한 BTS의 소속사 하이브와의 협력을 통해서다. BTS가 즐겼던 여름휴가를 똑같이 체험해 볼 수 있다. RM처럼 그림을 그리고 운동하거나, 슈가처럼 기타를 연주할 수 있게 에어비앤비는 촬영용 소품들을 모두 숙소에 구비해놨다. 멤버들이 방송에서 즐겨 먹던 한우 숯불구이, 후식으로 나온 크로플 등도 제공한다.
BTS가 머물던 평창 비밀별장, 베일 벗었다
사실 인더숲 예능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사용됐던 소품은 거의 없다. 방송에 나온 제품이 멤버들 개인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똑같은 제품을 넣어놨다. 멤버들이 썼던 원본은 아니지만 아미에겐 천국 같은 곳이 될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방 곳곳에 BTS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걸어놨다. 지난 3월 서울에서 펼쳐진 콘서트 사진과 매년 BTS 멤버들이 찍는 ‘가족사진’이 놓여있다. 침대도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꾸며놨다.

숙박 기회는 올여름 단 한 번

함정은 ‘로또 같은’ 숙박 기회다. 찬스는 단 한 번만 주어진다. 에어비앤비의 일회성 이벤트여서 딱 하루만 공개해 준다. 운명의 시간은 다음달 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기준). 예약은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서 받는다. 촬영은 별장 세 곳에서 이뤄졌지만, 이번 이벤트에선 한 채에서만 머물 수 있다.

예약에 성공하면 8월 29일부터 1박2일을 지낼 수 있다. 모두 2명이 머문다. 숙박료는 BTS의 멤버 수를 고려해 7달러(약 9158원)로 정했다. 에어비앤비는 강원 KTX 평창역에서 인더숲까지 왕복 운행하는 버스도 제공해준다.

이번 행사는 에어비앤비 ‘온리 온 에어비앤비(OOA)’ 시리즈의 일환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개국 가운데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벤트다. 에어비앤비 측은 세계 곳곳에 있는 아미들에게 한국을 알리려는 의도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에어비앤비는 영화 ‘나홀로집에’에 나온 저택, 영화 ‘곰돌이 푸’의 집,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아파트 등에서 하루를 지내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영화, 드라마에 나온 명소를 공개하던 에어비앤비가 이번에는 BTS의 별장을 활용했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올 한 해 동안 숙박 기회를 한 번만 제공하지만, 앞으로 하이브와 손잡고 다양한 숙박 이벤트를 계속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창=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