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부대 간부가 2차 가해…책임자 전원 엄중 문책해야"
"해병대서 또 가혹행위…개처럼 짖으라며 기절하도록 폭행"(종합)
해병대에서 선임으로부터 장시간 구타와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기절까지 하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해병 2사단 예하부대에서 선임병에게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후임병이 기절해 병원에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이 부대 소속 A상병은 지난달 19일 초소 근무 중 B일병이 다른 중대 선임들 기수를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며 초소 뒤편 CCTV 사각지대로 불러내 뺨을 7∼8대 때렸다.

이어 A상병은 B일병에게 '너는 짐승이니 개처럼 짖어라, 몰티즈처럼 짖어라'라며 명치를 때리고 고양이·양 등의 소리를 내게 했다.

B일병이 체감한 폭행은 30∼40분간 이뤄졌다고 한다.

A상병은 이날 근무가 끝난 오후 10시 30분께에는 후임인 B일병이 자신보다 먼저 샤워를 했다는 이유로 알몸 차려자세를 시킨 뒤 자고 있던 다른 병사들을 모두 깨워 선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달 22일에도 구타와 괴롭힘을 당한 B일병은 기절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부대 측이 폭행 사실을 병원에 알리지 않은 탓에 외과 진료를 받지 못하고 뇌전증 CT 검사를 하는 등 초기 처치 과정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군인권센터는 부대 간부들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2차 가해'를 하는 등 부적절하게 대응했다고도 주장했다.

가해자인 A상병은 같은 달 23일 타 부대로 전출됐으나 피해자에게 "널 강하게 키우려고 한 것"이라며 연락을 했고, B일병이 퇴원 후 자대로 복귀하자 소속 대대 주임원사는 "이 정도면 많이 쉬지 않았냐", "일병 땐 누구나 힘들다" "네 정신력 문제다"라며 가혹 행위를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

군인권센터는 피해자가 구타·가혹 행위를 부대나 병원 간호사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한 데에는 '꼰잘'을 비롯한 해병대의 '기수열외'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부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꼰잘'로 불리게 되며 기수열외가 되고 부대 내에서는 없는 사람으로 취급된다.

새로 들어오는 후임에게도 '친하게 지내면 너도 기수열외 당한다'고 협박한다.

군인권센터는 피해자가 이달까지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등을 겪고 있어 정신과에 입원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해병대는 지난 4월에도 연평부대에서 구타, 가혹행위, 성고문, 식고문 등이 발생해 가해자 1명이 군검찰에 구속됐다.

군인권센터는 "가해자를 구속해 엄정 수사하는 것은 물론 구타·가혹행위를 인지해 놓고도 2차 가해를 저지른 주임원사 등도 의법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며 "해병대의 인권침해 사건 처리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책임자 전원을 엄중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해병대 사령부는 군인권센터의 기자회견 직후 "해당 부대는 사고 발생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했고, 피해자의 치료여건을 보장해 현재 본인 희망 하에 민간병원에서 진료 중"이라며 "군사경찰에서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고,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