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칼럼] 노동자 파업 vs 자본가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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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발되는 한국형 불법 파업
언제까지 노조의 전유물 될까
자본가 태업·파업 재촉하는
퇴행 노조, 교조 정치, 구태 행정
자본·투자 달아나면 일자리도 소멸
자본 파업은 자신도 모르게 진행
칠레 아옌데정권 전철 피할수 있나
허원순 논설위원
언제까지 노조의 전유물 될까
자본가 태업·파업 재촉하는
퇴행 노조, 교조 정치, 구태 행정
자본·투자 달아나면 일자리도 소멸
자본 파업은 자신도 모르게 진행
칠레 아옌데정권 전철 피할수 있나
허원순 논설위원
![[허원순 칼럼] 노동자 파업 vs 자본가 파업](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07.30774772.1.jpg)
새 정부 출범을 겨냥한 듯한 대형 파업들을 보면 한국은 좀체 변하지 않은 사회다. 교조적 정치, 구태 행정보다 반기업적 노조세력들의 퇴행성이 특히 변하지 않는다. 많은 국민이 외면하는 데도 그렇다. 북유럽 ‘스마트 좌파’나 중국공산당의 변신을 못 보는지 의아스럽다. 최후의 자구적 단결권이라면서도 남발을 해대는 파업이 언제까지 유효할까. 수시로 내휘두르는 칼은 무섭지 않게 된다.
자본가 파업의 실례로 흔히 과거 칠레를 얘기한다. 1970년대 ‘캐비어 좌파’로 다분히 낭만적 이상주의를 추구했던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은 급진적 좌경화로 기업 반발을 샀다. 섣부른 국유화, 반미 정책, 친노조 행보가 투자 위축, 자본 유출을 재촉했다. ‘자본가 파업’이라고 나라 밖에서도 주시하던 이때 칠레 경제가 어떻게 추락했나. 정권의 몰락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런 일이 ‘핑크 타이드(연성 좌파 정권의 연쇄 집권)’가 일곤 하는 남미에서는 별난 현상도 아니다.
농성 노조와 달리 파업 자본가는 갈 곳도 많다. 세금 감면에 온갖 혜택 줄 테니 사업하러 오라는 나라가 많다. 2000년부터 21년간 순유출 국내 자본은 403조원에 달한다. 물론 글로벌 경영, 사업장 다각화, 시장 다변화 전략에 따른 ‘투자 엑소더스’다. 이 돈을 국내 자본의 파업이라고 한다면 비약이다. 하지만 기업의 재원 재배치와 투자국 다변화, 즉 자본의 이동은 그만큼 일상적이고 대규모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산주의 중국까지 감세와 규제 철폐로 해외 자본 유치에 적극적이다. 국가 간 이런 경쟁은 자본의 이동에 가속도를 내게 한다. 좋은 인재는 어디에나 넘치고, 기업은 국적도 바꿀 수 있는 현실에 무심하다면 노조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노동의 종말’보다 ‘노조의 종말’이 더 빨라질지 모른다.
자본가 파업이 대기업, 재벌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퇴직금이나 집 담보로 몇억원을 빚낸 자영업자들도 몇 명 직원과의 관계에선 자본가가 된다. 이들이 커피집을 닫아버리고, 식당 개업 계획을 접는 것도 결국은 파업이다. 급등한 최저임금 때문이든, 매사 갑을 관점에서 사업주를 옥죄는 규제 탓이든, 본질에선 기업이 국내 투자를 접는 것과 같다. 자본을 태업·파업으로 내몰 게 아니라 한껏 움직이게 해야 한다. 투자가 없으면 고용도 없고, 일자리가 없으면 파업권도 쓸모없다. 이 사실만은 앞으로도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