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한 번도 이글 안 나온 홀…몸은 '낙원', 점수는 '지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한민국 '시그니처 홀'
(6) 엘리시안강촌CC
힐코스 5번홀
쉽게 봤다가 큰코 다치는 홀
워터 해저드 없고 벙커 작아
'폭 50m' 페어웨이도 넓어
화이트티 전장 300m 불과
세컨드 샷 지점 가서야 '아…'
높게 솟아 있는 타원형 그린
긴 러프에 빠지면 공 잠겨
왼쪽으로 감기면 '낭떠러지行'
(6) 엘리시안강촌CC
힐코스 5번홀
쉽게 봤다가 큰코 다치는 홀
워터 해저드 없고 벙커 작아
'폭 50m' 페어웨이도 넓어
화이트티 전장 300m 불과
세컨드 샷 지점 가서야 '아…'
높게 솟아 있는 타원형 그린
긴 러프에 빠지면 공 잠겨
왼쪽으로 감기면 '낭떠러지行'
강원 춘천 엘리시안강촌CC의 ‘얼굴’인 힐코스 5번홀(파4)은 다른 골프장의 시그니처홀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일단 ‘멋진 풍경’의 필수 조건인 워터해저드가 없다. 벙커도 그다지 위압적이지 않다. 눈앞에 펼쳐진 건 널찍하게 뻗은 페어웨이뿐. 화이트 티 박스로 걸어가는 기자에게 캐디는 “마음 놓고 치셔도 된다”고 했다. “가장 넓은 곳은 폭이 50m나 됩니다. 좁은데도 25m예요”라면서.
시원한 소나무 향이 코 끝을 스친다. 티 박스 뒤편을 마치 벽처럼 둘러싼 20m 높이의 아름드리나무들이 뿜어내는 냄새였다. 널찍한 페어웨이와 피톤치드향에 취했는지, 생전 안 나오던 ‘뽕샷’이 나왔다. 구름에 닿을 듯이 솟아오른 공은 고작 150m를 날아 페어웨이 왼쪽 러프에 떨어졌다. 300m짜리 파4홀인 만큼 ‘2온’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걸 읽었는지, 임충희 엘리시안 사장이 이런 말을 건넸다. “이 홀은 시그니처홀이자 핸디캡 1번홀이에요. 왜 그런지는 세컨드 샷을 치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GS그룹 소유인 만큼 오너 일가도 자주 이곳을 찾는다. ‘단골’ 리스트에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도 있다. 고려대 역도부 출신답게 드라이버 샷을 최대 250m까지 날리는 장타자다. 하지만 허 전 부회장 같은 아마추어 고수들도 힐코스 5번홀에선 쩔쩔맬 때가 많다고 한다. 임 사장은 “이글을 기록하면 증서를 만들어주는데, 아직까지 이 홀에서 이글 증서를 발행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홀은 블루티 400m, 화이트 티 300m, 레이디 티 290m 길이다.
화이트 티 기준으로 보면 짧은 파4홀인데 왜 25년 동안 이글 한 번 나오지 않았을까. 궁금증은 세컨드 샷 지점에 도착하자 곧바로 풀렸다. 먼저 그린 높이. 세컨드 샷 지점에서 키만큼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린 잔디도 잘 보이지 않았다.
길게 자란 러프도 이글의 꿈을 접게 하는 요인이다. 페어웨이를 1㎝만 벗어나도 발목까지 잠기는 중지 잔디에 공이 숨는다. 엘리시안강촌CC는 티 박스에는 켄터키블루그라스를, 페어웨이와 러프에는 중지(조이시아)를, 그린에는 벤트그라스를 심었다. 임 사장은 “버디를 노리려면 무조건 페어웨이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러프를 이기려고 힘을 잔뜩 넣은 탓에 ‘훅’ 구질이 나왔다. 왼쪽으로 크게 꺾인 공은 낭떠러지로 사라졌다.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DB대우증권 대회에서 당시 최강자였던 박성현의 공을 2개나 삼킨 바로 그 낭떠러지였다.
다시 그 자리에서 새 공을 놓고 섰다. 어느새 네 번째 샷. 타수를 더 잃을 수 없다는 마음에 하이브리드를 잡고 그린을 정조준했다. 또다시 OB. 6온에 2퍼트, ‘더블파’로 홀아웃했다. 임 사장은 “스코어는 잊고 소나무 냄새만 기억하라”며 “골프장 곳곳에 4000그루 정도 심었는데 더 심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소나무 천지인 미국 오거스타GC(마스터스 토너먼트 개최지)만큼 심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27홀 규모의 엘리시안강촌CC는 주중 회원을 포함해 회원 수가 600명에 달한다. 대기업이 소유한 골프장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이다. 하루 120여개 팀, 500여 명의 골퍼가 이곳을 찾는다. 팀당 간격은 7분인데, 1번홀과 10번홀 시작 전에 10분 정도 대기하는 것만 빼면 거의 밀리지 않는다. 앞·뒤 팀을 빼지 않고 일반 회원들 틈에 섞여 골프를 즐기는 허창수 회장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비회원 주중 그린피는 23만원, 주말 그린피는 26만원이다.
춘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시원한 소나무 향이 코 끝을 스친다. 티 박스 뒤편을 마치 벽처럼 둘러싼 20m 높이의 아름드리나무들이 뿜어내는 냄새였다. 널찍한 페어웨이와 피톤치드향에 취했는지, 생전 안 나오던 ‘뽕샷’이 나왔다. 구름에 닿을 듯이 솟아오른 공은 고작 150m를 날아 페어웨이 왼쪽 러프에 떨어졌다. 300m짜리 파4홀인 만큼 ‘2온’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걸 읽었는지, 임충희 엘리시안 사장이 이런 말을 건넸다. “이 홀은 시그니처홀이자 핸디캡 1번홀이에요. 왜 그런지는 세컨드 샷을 치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글을 허락하지 않은 홀
엘리시안강촌CC는 1997년 문을 열었다. 원래 이름은 강촌CC였는데, 소유주인 GS건설이 2008년 제주도에 제주엘리시안CC를 열면서 ‘엘리시안’ 브랜드를 여기에도 입혔다. 엘리시안은 그리스 신화 ‘엘리시움(Elysium)’에서 따왔다. 영웅들의 낙원이라는 뜻이다.GS그룹 소유인 만큼 오너 일가도 자주 이곳을 찾는다. ‘단골’ 리스트에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도 있다. 고려대 역도부 출신답게 드라이버 샷을 최대 250m까지 날리는 장타자다. 하지만 허 전 부회장 같은 아마추어 고수들도 힐코스 5번홀에선 쩔쩔맬 때가 많다고 한다. 임 사장은 “이글을 기록하면 증서를 만들어주는데, 아직까지 이 홀에서 이글 증서를 발행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홀은 블루티 400m, 화이트 티 300m, 레이디 티 290m 길이다.
화이트 티 기준으로 보면 짧은 파4홀인데 왜 25년 동안 이글 한 번 나오지 않았을까. 궁금증은 세컨드 샷 지점에 도착하자 곧바로 풀렸다. 먼저 그린 높이. 세컨드 샷 지점에서 키만큼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린 잔디도 잘 보이지 않았다.
길게 자란 러프도 이글의 꿈을 접게 하는 요인이다. 페어웨이를 1㎝만 벗어나도 발목까지 잠기는 중지 잔디에 공이 숨는다. 엘리시안강촌CC는 티 박스에는 켄터키블루그라스를, 페어웨이와 러프에는 중지(조이시아)를, 그린에는 벤트그라스를 심었다. 임 사장은 “버디를 노리려면 무조건 페어웨이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긴 러프·포대그린 “어디 감히 2온을”
오르막을 고려한 홀까지 거리는 160m. 2온을 노려볼 만한 거리지만 캐디는 “일단 러프 탈출을 목표로 하라”고 했다. “그린이 솥뚜껑 형태라 짧거나 길면 공을 뱉어낸다”는 이유를 댔다. 하이브리드 클럽을 제자리에 놓고 4번 아이언을 꺼냈다.하지만 러프를 이기려고 힘을 잔뜩 넣은 탓에 ‘훅’ 구질이 나왔다. 왼쪽으로 크게 꺾인 공은 낭떠러지로 사라졌다.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DB대우증권 대회에서 당시 최강자였던 박성현의 공을 2개나 삼킨 바로 그 낭떠러지였다.
다시 그 자리에서 새 공을 놓고 섰다. 어느새 네 번째 샷. 타수를 더 잃을 수 없다는 마음에 하이브리드를 잡고 그린을 정조준했다. 또다시 OB. 6온에 2퍼트, ‘더블파’로 홀아웃했다. 임 사장은 “스코어는 잊고 소나무 냄새만 기억하라”며 “골프장 곳곳에 4000그루 정도 심었는데 더 심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소나무 천지인 미국 오거스타GC(마스터스 토너먼트 개최지)만큼 심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27홀 규모의 엘리시안강촌CC는 주중 회원을 포함해 회원 수가 600명에 달한다. 대기업이 소유한 골프장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이다. 하루 120여개 팀, 500여 명의 골퍼가 이곳을 찾는다. 팀당 간격은 7분인데, 1번홀과 10번홀 시작 전에 10분 정도 대기하는 것만 빼면 거의 밀리지 않는다. 앞·뒤 팀을 빼지 않고 일반 회원들 틈에 섞여 골프를 즐기는 허창수 회장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비회원 주중 그린피는 23만원, 주말 그린피는 26만원이다.
춘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