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초격차는 '옛말'…마이크론·YMTC 등 턱밑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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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167단 이어 232단 세계 최초 양산
한국 메모리반도체 거센 도전에 직면
"기술 격차 좁혀진 것 부인할 수 없어"
한국 메모리반도체 거센 도전에 직면
"기술 격차 좁혀진 것 부인할 수 없어"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신화를 쓴 'K-반도체'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꿈의 기술로 불리는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다. 마이크론뿐 아니라 중국·일본 업체들도 곧 200단 이상의 초고층 낸드를 양산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한국 메모리가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반도체다. 이 분야에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의 층수를 단(段)이라 부른다. 176단 낸드는 셀을 176겹 쌓아 올렸다는 뜻으로, 셀을 몇 층까지 쌓을 수 있느냐에 따라 데이터 저장량이 결정된다.
삼성전자가 2013년 수직으로 쌓아 올린 3차원 공간에 구멍을 내 각 층을 연결한 이른바 'V(Vertical) 낸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후 업계에서는 얼마나 단수를 높이느냐가 기술력 척도가 됐다. 낸드 적층 기술은 가장 아래 셀과 맨 위층 셀을 하나의 묶음(구멍 1개)으로 만든 싱글 스택과 하나의 묶음을 두 개로 합친 더블 스택으로 나뉜다. 셀을 묶는 구멍이 적을수록 데이터 손실이 적어 더블 스택보다 싱글 스택이 보다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다.
마이크론이 선보인 232단은 더블 스택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보유 중인 100단 이상(128단) 낸드 싱글 스택 기술을 마이크론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이크론은 칩 주변 회로를 데이터 저장 공간 아래에 배치해 면적을 줄이는 기술까지 적용했다. 마이크론은 232단이 업계에서 가장 빠른 2.4기가바이트(GB/s)의 입출력(I/O) 속도를 구현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고성능 제품에 탑재될 것으로 기대했다.
D램 세계 3위, 낸드 세계 5위 메모리 제조사 마이크론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0나노미터(㎚)급 4세대(1a) D램과 176단 낸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에 232단 세계 최초 타이틀까지 거머쥐면서 전통의 메모리 강자인 한국 반도체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위기감이 싹트고 있다.
양사는 이곳에서 최신 3차원 낸드를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 공장에 최대 929억엔(약 892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일본 정부 차원 지원도 활발하다. 두 회사가 설립한 공장은 내년 2월 중 제품을 출하할 예정이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YMTC 역시 올해 말 232단 3차원 낸드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YMTC는 올 연말로 계획한 192단 낸드 양산을 중단하고, 232단 낸드 양산 직행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지난 5월 YMTC는 192단 낸드플래시 시제품을 고객사에 전달해 성능 테스트를 마쳤으며 232단 낸드 기술 개발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19일 "YMTC가 당초 생산하려고 했던 192단 낸드 대신 232단 낸드로 바로 넘어가기로 결정하고 연내 양산한다는 소문이 돈다"며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격적인 양산 계획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176단 낸드 양산 경험도 없는 YMTC가 192단을 넘어 200단으로 넘어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마냥 허풍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크론에 의해 200단을 넘긴 낸드가 등장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시선이 꽂히고 있다. 삼성전자(35.3%)와 SK하이닉스(18%) 등 국내 기업, 일본 키옥시아(18.9%) 등에 이어 시장 점유율 5위에 머무는 마이크론이 이들보다 앞서 첨단 반도체를 만들어 내면서 메모리반도체 주도권마저 위태로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다.
낸드 적층 경쟁은 64단부터 시작돼 삼성전자가 128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한 2019년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업체들이 기술 개발의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소모적 적층 경쟁은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지난해 말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 176단 낸드 양산을 시작하면서 적층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이후 업계의 관심은 어느 업체가 꿈의 기술로 불리는 200단 이상 낸드 양산에 성공할 수 있느냐에 쏠렸고, 마이크론이 그 타이틀을 손에 넣으면서 분위기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구체적인 200단 이상 낸드 양산 시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거시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매년 공개하던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연간 성장 전망치를 밝히지 않았다. 낸드와 D램을 포함한 차세대 반도체 제품 개발 및 양산 로드맵 등의 계획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분위기를 봤을 때 내년 상반기 232단 낸드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메모리반도체 기술 리더십 유지 전략에 대해 "난이도가 증가하면서 기술 격차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런 환경에서도 선두 업체로서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고 표정관리를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전날 실적발표 컨콜에서 마이크론 관련 질문을 받자 메모리 산업을 등산에 비유했다. 그는 "등산할 때 사람마다 페이스가 있고 한 사람이어도 빠르게 또 천천히 갈 때가 있지 않나, 각자 갖고 있는 템포와 전략이 다르다"며 "SK하이닉스는 연내 238단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사 소식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여전히 세계 최고 메모리 업체"라면서도 "기술 격차가 과거에 비해 대폭 좁혀졌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마이크론, 세계 최초 232단 낸드 양산
28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176단에 이어 232단 낸드를 세계 최초 양산했다고 발표했다. 232단은 176단과 비교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50% 빠르고 면적을 28% 줄인 제품. 마이크론은 하반기 해당 기술을 탑재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출시할 계획도 알렸다.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반도체다. 이 분야에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의 층수를 단(段)이라 부른다. 176단 낸드는 셀을 176겹 쌓아 올렸다는 뜻으로, 셀을 몇 층까지 쌓을 수 있느냐에 따라 데이터 저장량이 결정된다.
삼성전자가 2013년 수직으로 쌓아 올린 3차원 공간에 구멍을 내 각 층을 연결한 이른바 'V(Vertical) 낸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후 업계에서는 얼마나 단수를 높이느냐가 기술력 척도가 됐다. 낸드 적층 기술은 가장 아래 셀과 맨 위층 셀을 하나의 묶음(구멍 1개)으로 만든 싱글 스택과 하나의 묶음을 두 개로 합친 더블 스택으로 나뉜다. 셀을 묶는 구멍이 적을수록 데이터 손실이 적어 더블 스택보다 싱글 스택이 보다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다.
마이크론이 선보인 232단은 더블 스택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보유 중인 100단 이상(128단) 낸드 싱글 스택 기술을 마이크론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이크론은 칩 주변 회로를 데이터 저장 공간 아래에 배치해 면적을 줄이는 기술까지 적용했다. 마이크론은 232단이 업계에서 가장 빠른 2.4기가바이트(GB/s)의 입출력(I/O) 속도를 구현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고성능 제품에 탑재될 것으로 기대했다.
D램 세계 3위, 낸드 세계 5위 메모리 제조사 마이크론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0나노미터(㎚)급 4세대(1a) D램과 176단 낸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에 232단 세계 최초 타이틀까지 거머쥐면서 전통의 메모리 강자인 한국 반도체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위기감이 싹트고 있다.
웨스턴디지털-기옥시아 동맹에 YMTC까지 도전
또 다른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투자자 행사에서 단위 면적이 가장 작은 162단 낸드를 조만간 출시하고 2024년까지 200단 이상 초고층 낸드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웨스턴디지털은 일본 기옥시아와 총 2788억엔(한화 약 2조6776억원)을 투자해 일본 미에현 요카이치시에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어 그 파장이 주목된다. 기옥시아는 2017년 도시바가 낸드 사업을 분사하며 만들어진 회사로 세계 낸드 점유율 2위를 놓고 SK하이닉스와 다투고 있다.양사는 이곳에서 최신 3차원 낸드를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 공장에 최대 929억엔(약 892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일본 정부 차원 지원도 활발하다. 두 회사가 설립한 공장은 내년 2월 중 제품을 출하할 예정이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YMTC 역시 올해 말 232단 3차원 낸드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YMTC는 올 연말로 계획한 192단 낸드 양산을 중단하고, 232단 낸드 양산 직행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지난 5월 YMTC는 192단 낸드플래시 시제품을 고객사에 전달해 성능 테스트를 마쳤으며 232단 낸드 기술 개발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19일 "YMTC가 당초 생산하려고 했던 192단 낸드 대신 232단 낸드로 바로 넘어가기로 결정하고 연내 양산한다는 소문이 돈다"며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격적인 양산 계획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176단 낸드 양산 경험도 없는 YMTC가 192단을 넘어 200단으로 넘어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마냥 허풍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SK하이닉스, 200단 이상 낸드 양산 시점 공개안해
모바일과 서버 등에 탑재하는 고용량 낸드 시장은 향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D램과 더불어 낸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선두 한국을, 후발주자인 미국과 일본이 뒤쫓는 형국이다.마이크론에 의해 200단을 넘긴 낸드가 등장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시선이 꽂히고 있다. 삼성전자(35.3%)와 SK하이닉스(18%) 등 국내 기업, 일본 키옥시아(18.9%) 등에 이어 시장 점유율 5위에 머무는 마이크론이 이들보다 앞서 첨단 반도체를 만들어 내면서 메모리반도체 주도권마저 위태로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다.
낸드 적층 경쟁은 64단부터 시작돼 삼성전자가 128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한 2019년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업체들이 기술 개발의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소모적 적층 경쟁은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지난해 말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 176단 낸드 양산을 시작하면서 적층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이후 업계의 관심은 어느 업체가 꿈의 기술로 불리는 200단 이상 낸드 양산에 성공할 수 있느냐에 쏠렸고, 마이크론이 그 타이틀을 손에 넣으면서 분위기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구체적인 200단 이상 낸드 양산 시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거시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매년 공개하던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연간 성장 전망치를 밝히지 않았다. 낸드와 D램을 포함한 차세대 반도체 제품 개발 및 양산 로드맵 등의 계획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분위기를 봤을 때 내년 상반기 232단 낸드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메모리반도체 기술 리더십 유지 전략에 대해 "난이도가 증가하면서 기술 격차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런 환경에서도 선두 업체로서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고 표정관리를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전날 실적발표 컨콜에서 마이크론 관련 질문을 받자 메모리 산업을 등산에 비유했다. 그는 "등산할 때 사람마다 페이스가 있고 한 사람이어도 빠르게 또 천천히 갈 때가 있지 않나, 각자 갖고 있는 템포와 전략이 다르다"며 "SK하이닉스는 연내 238단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사 소식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여전히 세계 최고 메모리 업체"라면서도 "기술 격차가 과거에 비해 대폭 좁혀졌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