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이언트스텝에 한·미 기준금리 역전…3대 포인트 점검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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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추가로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상단 기준)는 연 2.5%로, 한국의 기준금리(연 2.25%)를 앞질렀다.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것은 2020년 2월 이후 2년 반 만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한국의 금융·외환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점검해봤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은 △1999년 6월~2001년 3월(1기) △2005년 8월~2007년 9월(2기) △2018년 3월~2020년 2월(3기) 등 과거 세 차례 있었다. 이들 기간 외국인 증권(주식+채권) 자본 유출입에는 일관된 경향성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금리가 역전됐음에도 대체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1기에는 한·미 간 금리 역전 차이가 최대 1.5%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때 주식은 209억달러 유입됐지만, 채권은 41억달러 유출되면서 전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총 169억달러 유입됐다.
2기에는 한·미 간 금리 역전 차이가 최대 1%포인트까지 났는데 당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총 305억달러 유입됐다. 1기와는 달리 주식은 263억달러 빠져나갔지만, 채권은 오히려 568억달러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3기에는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총 403억달러 유입됐다. 이 시기에는 한·미 간 금리가 최대 0.875%포인트로 벌어졌다. 주식은 84억달러 빠져나갔지만, 채권은 487억달러 들어왔다.
세 번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이나 환율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예컨대 과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이나 2015년(중국 금융불안기), 2020년(코로나19 위기)의 경우에도 한·미 금리 역전이 아닌 글로벌 위험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체기간을 살펴보더라도 정책금리차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지 않았다"며 "올해 하반기 중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 규모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그러나 "미국 Fed의 금리인상 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심화할 경우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상당폭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장기화하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원·달러 환율 오름세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3년 만에 1320원을 돌파한 뒤 13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한·미 금리 역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900~1100원대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대외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긴축,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 등이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거듭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원화 약세는 한국만의 요인이 아닌 글로벌 '강달러' 현상에 따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대외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환율이 오를 경우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게 걱정거리다.
한은이 연속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연속 자이언트스텝은 예정된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당시 결정에는 미국의 추가 자이언트스텝까지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말 기준금리를 연 2.75~3%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물가가 예상과 달리 더욱 치솟을 경우 추가 빅스텝을 배제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8월 25일 △10월 12일 △11월 24일 등 세 차례 남았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①외국인 투자 얼마나 빠져나갈까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한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외국인의 증권자금이 유출될 수 있는 점이다. 미국의 금리가 높으면 한국의 금융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은 △1999년 6월~2001년 3월(1기) △2005년 8월~2007년 9월(2기) △2018년 3월~2020년 2월(3기) 등 과거 세 차례 있었다. 이들 기간 외국인 증권(주식+채권) 자본 유출입에는 일관된 경향성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금리가 역전됐음에도 대체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1기에는 한·미 간 금리 역전 차이가 최대 1.5%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때 주식은 209억달러 유입됐지만, 채권은 41억달러 유출되면서 전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총 169억달러 유입됐다.
2기에는 한·미 간 금리 역전 차이가 최대 1%포인트까지 났는데 당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총 305억달러 유입됐다. 1기와는 달리 주식은 263억달러 빠져나갔지만, 채권은 오히려 568억달러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3기에는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총 403억달러 유입됐다. 이 시기에는 한·미 간 금리가 최대 0.875%포인트로 벌어졌다. 주식은 84억달러 빠져나갔지만, 채권은 487억달러 들어왔다.
세 번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이나 환율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예컨대 과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이나 2015년(중국 금융불안기), 2020년(코로나19 위기)의 경우에도 한·미 금리 역전이 아닌 글로벌 위험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체기간을 살펴보더라도 정책금리차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지 않았다"며 "올해 하반기 중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 규모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그러나 "미국 Fed의 금리인상 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심화할 경우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상당폭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②환율은 어떻게 될까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7.3원 내린 1306.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도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하지만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장기화하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원·달러 환율 오름세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3년 만에 1320원을 돌파한 뒤 13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한·미 금리 역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900~1100원대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대외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긴축,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 등이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거듭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원화 약세는 한국만의 요인이 아닌 글로벌 '강달러' 현상에 따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대외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환율이 오를 경우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게 걱정거리다.
③한국도 추가 빅스텝 나서나
한은이 다음 달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에 나설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냐는 질문에 "다음 금통위 때 말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한은이 연속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연속 자이언트스텝은 예정된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당시 결정에는 미국의 추가 자이언트스텝까지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말 기준금리를 연 2.75~3%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물가가 예상과 달리 더욱 치솟을 경우 추가 빅스텝을 배제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8월 25일 △10월 12일 △11월 24일 등 세 차례 남았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