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블루밸리산업단지의 포스코케미칼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블루밸리산업단지의 포스코케미칼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오늘 공매도 파산각입니다." "공매도 사형선고네."

28일 포스코케미칼 종목토론방이 들끓었다. 이 회사 주가가 이날 장초반 15% 이상 급등하면서 주주들은 들뜬 분위기다. 포스코케미칼이 미국 1위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13조원대 양극재를 공급한다는 소식에서다. 이 회사는 그동안 공매도 투자자들의 타깃으로 전락한 만큼 주주들의 마음고생도 적잖았다. 하지만 이날 급등으로 공매도 투자자와 주주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이날 오전 10시 38분 현재 포스코케미칼은 전날보다 1만8000원(15.52%) 오른 13만4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달 4일 장중 10만500원까지 떨어진 이 회사 주가는 이날까지 27.6%가량 뜀박질했다.

이 회사 주가를 밀어 올린 것은 2차전지 소재 공급계약 소식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날 GM과 13조7696억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2023~2025년에 전남 광양공장에서 생산한 하이니켈 양극재를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공급한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리튬과 니켈 등을 사용해 제조한다.

이번 공급계약까지 합치면 포스코케미칼이 GM에 납품하는 양극재 규모는 21조8000억원을 넘어선다. 앞서 지난 5월 이 회사는 GM과 세운 합작사(얼티엄캠즈)를 통해 2025년부터 8년간 얼티엄셀즈에 8조389억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설비투자도 늘렸다. 포스코케미칼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3262억원을 투자해 광양공장에 연 4만5000t 규모의 양극재용 전구체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방안도 확정했다.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간 원료로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의 광물을 가공해 제조되며 양극재 성능, 수익성, 공급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1조원에 달하는 계약과 설비투자 계획을 줄줄이 발표하자 이 회사 주주들 사이에서도 화색이 돌았다. 이 회사에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주들 근심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되사들여 주식을 갚아 차익을 올리는 거래 기법이다. 주가가 내려갈수록 수익이 커진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포스코케미칼의 공매도 잔액은 2614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2.87%에 달했다. 공매도 비중이 유가증권시장 상위 13위로 높았다. 이 회사 공매도 투자는 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창구를 통해 포스코케미칼 공매도에 나섰다.

공매도 잔액이 많은 만큼 포스코케미칼의 쇼트커버링 효과도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쇼트커버링이란 공매도 투자자들이 빌려 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으로, 단기적으로 주가를 밀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손실이 커진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절매 차원에서 포스코케미칼 공매도 물량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매수세가 몰리면서 이 회사 주가도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

이 회사는 추가 공급 계약 가능성도 내비췄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양극재 공급 계약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