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 년 역사 살핀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
생명 탄생과 다양성 폭발로 완성된 푸른 행성…지구의 미래는
탄생은 죽음으로 이어지고, 죽음은 탄생을 낳는다.

우리 지구의 역사도 그렇다.

지구라는 행성은 46억 년 전에 탄생했다.

불덩이로 태어난 초기 지구는 온도가 식어가면서 물의 세상이 됐다.

깊은 바다의 뜨거운 물줄기가 소용돌이치는 험악한 환경에서 생명이 첫 발짝을 뗐다.

영국 언론인 헨리 지는 저서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를 통해 46억 년 생명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들려준다.

지구가 형성되고 생명이 탄생한 순간부터 동물이 출현하고, 척추동물이 육지를 정복하고, 공룡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호모 사피엔스가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과정을 두루 얘기한다.

나아가 생명이 먼 훗날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고 지구가 어떤 미래를 맞을지도 전망해본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길고도 짧은 지구 생명의 역사를 일부나마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금으로부터 34억 년 전 무렵, 시아노박테리아라는 생물이 태양의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엽록소를 만든다.

그리고 광합성이라는 화학반응을 통해 산소를 내뿜는다.

초기 지구에서 산소는 무엇이든 태워버리는 재앙적 물질이었다.

따라서 소량의 산소만으로도 지구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멸종이 초래됐다.

산소의 급증으로 만들어진 암석이 메테인과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를 흡수해 온실 효과가 감소하자, 첫 빙하기를 맞은 지구는 그야말로 '눈덩이'가 돼버렸다.

그러나 생명력은 끈질겼다.

고난을 이겨내고 번성하며 새로운 혁신으로 나아간 것. 세균 세포들이 모여 군체를 이루면서 햇빛을 이용하는 세포는 엽록체가, 먹이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세포는 미토콘드리아가, 고세균 안에 모인 유전 자원은 세포핵이 됐다.

진핵생물은 이들로부터 탄생한다.

이 진핵생물은 '성(性)'이라고 부르는 부모 사이의 유전물질 교환이 가능한 형태로 번식했고, 이는 생물의 다양성을 불러왔다.

지구의 초기 초대륙 로디니아의 분열에 따라 암석들이 풍화하면서 지구는 다시 빙하기로 돌입한다.

그리고 이 빙하기는 더 활동적인 진핵생명, 즉 동물이 출현하는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입으로 영양분과 노폐물이 함께 드나들었지만, 항문이 생기면서 생물권의 혁명이 이어졌다.

항문의 발달로 동물은 '머리'와 '꼬리', 즉 확실한 이동 방향을 가지게 된 것이다.

혹독한 두 번째 '눈덩이 지구'를 겪은 생명은 다양하고 복잡한 동물들로 진화했고, 캄브리아기에 이르러 다양성을 폭발시켰다.

물속에서 찌꺼기를 걸러 먹으며 살아가던 미세 생물인 사코르히투스는 여러 동물의 진화를 낳는다.

이들 후손 중 일부는 포식자에 맞서 척삭이라는 기관으로 몸을 S자로 만들어 물속을 빠르게 헤엄쳐 도망가는 전략을 택한다.

척추동물이 등장한 것이다.

책은 이런 생명의 역사를 모두 12개의 장으로 나눠 설명해간다.

'불과 얼음의 노래', '동물의 출현', '척추동물의 출현', '날아다니는 공룡', '위대한 포유류', '유인원의 세상', '선사시대의 끝', '미래의 과거' 등이 그것이다.

그럼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30만 년 전으로 시간의 다리를 껑충 건너 뛰어보자.
이들은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퍼졌고, 그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다른 호미닌들과 만나 교배하기도 했다.

4만 년 전엔 유럽을 지배하던 네안데르탈인이 자취를 감추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유일한 호미닌 생존자가 된다.

인류 역사 내내 수렵인이자 채집인으로 대를 이어오던 인간은 1만 년 전에 농업을 시작해 지금은 지구상의 식물이 생산하는 광합성 산물의 4분의 1을 소비한다.

이와 함께 300년 전에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석탄의 힘을 이용하면서 지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인간이 지구에 미친 영향이 먼 미래엔 흔적조차 거의 남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리고 향후 수천 년 후면 호모 사피엔스도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본다.

대빙하기가 끝난 뒤 다시 따뜻해진 지구에는 오소리보다 큰 포유류가 모두 멸종될 것이고, 대형 파충류와 양서류도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억5천만 년 후, 대륙은 다시 한번 모여 초대륙을 형성하겠지만 생명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초유기체를 이뤄 지하에서 조용히 살아가다가 10억 년 후에는 지구상에서 모든 생명이 마침내 절멸하게 된다는 얘기다.

홍주연 옮김. 까치. 350쪽. 1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