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사 바이럴 영상 이미지 / 사진=대웅제약
우루사 바이럴 영상 이미지 /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의 간판제품인 우루사는 1961년 출시된 국내 대표 간장약 브랜드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까지 우루사의 연 평균 매출 증가율은 10%를 넘어서는 등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의약품 처방 시장이 줄면서 2020년 매출은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해 8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년(830억원) 대비 성장세를 이어갔다.

우루사의 주성분은 곰 쓸개인 웅담의 핵심성분으로 알려진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다. 저용량 제품은 약국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고용량 제품은 의사 처방에 따라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있다.

출시 초기 매출 700만원에 불과했던 우루사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윤영환 명예회장이다. 부산에서 선화약국을 운영하던 약사 출신인 윤 명예회장은 대한비타민사를 인수해 우루사를 품에 안은 뒤 쓴 맛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1974년 젤라틴 막으로 감싼 연질 캡슐 우루사를 개발했고 1977년 국내 처음 연질 캡슐 자동화에 성공했다. 쓴 맛 없이 쉽게 삼킬 수 있는 우루사가 출시된 것도 그 때다.

전환점을 맞은 우루사는 이듬해인 1978년 22억원 매출을 기록하면서 국내 의약품 중 판매 1위에 올랐다. 그 해 대웅제약은 사명까지 바꿨다. 대한비타민사의 '대', 우루사 상징인 '웅'을 합친 이름이다. 출시 61년이 지났지만 우루사는 여전히 대웅제약의 대표 장수 브랜드다. 지난해 대웅제약 전체 제품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제품은 우루사다. 매출 점유율은 8.4%였다.

상황 1 약사단체서 문제삼은 효능논란
도전 1 과학적 근거 마련해 정면돌파

대웅제약의 장수 브랜드 우루사가 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등 일부 약사단체들은 2013년 우루사 주성분인 UDCA가 피로 회복에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이들은 요구했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웅제약의 우루사는 2016년 상반기 간장약 처방시장에서 매출 1위 지위를 셀트리온의 고덱스에 내줘야 했다.

대웅제약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우루사 약효에 관한 다양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 국제학술지에 UDCA의 간 기능 개선 효과를 입증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우루사를 8주간 복용한 간 기능 저하 환자의 80%에게서 피로 증상이 개선됐지만, 가짜약을 복용한 환자는 개선율이 46%에 그쳤다는 내용이었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시행한 의약품 재평가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이를 통해 식약처는 대웅제약의 우루사가 '간 기능 장애에 의한 육체피로, 전신권태'에 효과 있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당시 대웅제약은 우루사의 TV 광고 캠페인도 바꿨다. '문제는 간 피로, 간을 아는 게 힘' 캠페인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설명한 데 이어 가수 윤종신이 직접 나와 '팩트', '피로 회복 효과' 등을 강조했다. 이런 정면돌파를 통해 우루사는 2017년 이후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7년 720억원이었던 우루사 매출은 2018년 795억원, 2019년 882억원으로 급등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상황 2 건강제품에 갇힌 브랜드 카테고리
도전 2 패션업체 콜라보 상품 개발로 확대

과학적 성과를 강조하던 대웅제약의 우루사는 2019년 또 다시 시련을 맞았다. 젊은 의사들이 주축이 된 바른의료연구소는 간 수치 감소 등 과학적 근거를 강조한 우루사 광고가 과장 광고라고 지적했다. 식약처에서 '문제 없다'고 판정하고, 광고를 일부 수정한 뒤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소비자들에겐 '과장 광고'라는 부정적 낙인이 남았다.

대웅제약은 이후 소비자에게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젊은 MZ세대 소비자를 공략하는 데 집중했다. 건강 카테고리에 갇힌 제품 이미지로는 MZ세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2020년 6월 지이크와 손 잡으면서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 제품 출시를 시작했다. 소비자 친화력을 높이기 위해 젊은 감성의 정장 브랜드를 택했다.

지이크와의 콜라보 제품은 우루사 브랜드아이덴티티(BI)인 '곰'의 이미지에 복고풍 감성을 담아 제작했다. 브랜드 로고 디자인을 위해 뉴트로 디자인으로 유명한 조인혁 작가와 대웅제약 디자인팀이 협업했다. 콜라보 제품은 '간 기능 개선을 통한 피로회복제'라는 우루사 콘셉트를 고려해 업무에 지친 직장인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남성 직장인 필수품인 티셔츠, 슬리퍼, 양말 등이었다.

패션브랜드 협업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빅사이즈 패션브랜드 '4XR'과 손잡고 한정판 우루사 후드 티셔츠와 맨투맨을 출시했다. 전통 있는 브랜드인 우루사를 좀 더 세련되고 친근한 이미지로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편안하고 넉넉한 사이즈, 부드러운 재질의 '이불핏·오버핏' 제품으로 우루사의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MZ세대 끌어안은 '간 때문이야~'

상황 3 출시 '61년' 나이든 브랜드 이미지
도전 3 펀·뉴트로 마케팅으로 MZ세대 공략

2020년 이후 대웅제약은 다양한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우루사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1961년 출시된 장수 브랜드 이미지는 우루사엔 큰 자산이다. 하지만 국내 대표 간장약이라는 타이틀에만 머무르면 자칫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었다.

젊은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대웅제약은 노라조와 손을 잡았다. 노라조는 2015년부터 '간 때문이야'를 주제로 영상을 제작하는 등 우루사 광고모델에 자발적으로 지원해 화제가 됐다. 대웅제약은 이들의 오랜 러브콜에 화답해 모델로 영입한 뒤 온라인 바이럴 영상을 만들었다. 머리에 간을 붙인 노라조가 등장한 코믹한 영상을 통해 '펀' 마케팅을 시작했다.

MZ세대의 호응을 이끌기 위해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간 때문이야' 댄스 챌린지도 진행했다. 이를 위해 CM송인 '간 때문이야'를 EDM풍으로 바꾸고 간을 표현한 'ㄱ댄스'도 선보였다.

MZ세대와 중장년층을 함께 공략하기 위해 2020년부터 뉴트로 마케팅도 이어가고 있다. 1960~1980년대 복고풍 글씨체와 휘장 등을 활용한 한정판 뉴트로 디자인 제품을 출시했다. 이를 통해 우루사 추억을 갖고 있는 중장년층에겐 향수를, MZ세대에겐 재미를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61년. 대웅제약의 우루사가 출시된 뒤 국내 대표 간장약 지위를 지켜온 기간이다. 장수 브랜드는 오랜 판매기간 만큼 많은 부침을 겪는다. 우루사도 다른 장수 브랜드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마다 대웅제약이 택했던 대응은 정공법이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설득했다. '팩트'를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건강 제품 구매 기준을 제시했다. 우루사 개수를 시간당 단위로 환산해 객관적으로 소개하며 신뢰감을 높였다.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로고송을 기반으로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가 된 우루사는 2020년 이후 MZ세대 끌어안기에 나섰다. 건강을 또다른 자기 개발로 여기는 MZ세대를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유입하기 위한 변신이었다.

이를 위해 건강제품이라는 브랜드 카테고리를 패션으로 확대했다. MZ세대 소비자들이 우루사를 쉽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패션브랜드 지이크, 4XR 등과 손잡고 감각적인 제품을 선보였다. 제품 디자인과 콘셉트엔 우루사의 상징인 '곰'과 '간 기능 개선을 통한 피로회복제'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뉴트로 디자인의 한정판 패키지 제품을 선보이며 MZ세대 트렌드에 맞는 제품도 출시했다. 그룹 노라조의 코믹한 이미지를 살린 '간 때문이야' 바이럴 영상을 제작해 '재미'를 중시하는 MZ세대 눈높이에 맞는 '펀' 마케팅을 선보였다.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활용해 댄스 챌린지를 진행하는 등 MZ세대가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참여형 이벤트도 만들었다.

대웅제약은 '곰'과 '간', '피로회복'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지키면서도 우루사의 기존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았다. 다양한 소비자를 찾아가는 이런 변신이 탄탄한 장수브랜드 지위를 지켜주고 있다.

이지현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매번 수많은 신제품이 등장하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20~30년 이상 소비자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는 장수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장수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소비자’의 ‘지속적인 재구매’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 브랜드가 매우 보편적이고 중요한 가치를 성공적으로 선점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장수 브랜드의 대표적 사례인 코카콜라, 초코파이 역시 일반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보편적 가치를 경쟁사보다 먼저, 그리고 성공적으로 잘 전달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장수 브랜드는 브랜드 노쇠화를 꾸준히 이겨내야 한다. 다시 말해 시대, 환경 변화에 맞춰 지속적인 “브랜드 재활성화(Brand Revitalization)”를 이루어 내야만 한다.

『한국브랜드의 진화 및 발전(김재일 저)』에서도 장수 브랜드의 공통된 성공 요인으로 품질의 우수성, 철저한 브랜드 관리, 선점 전략,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한 대응을 제시한 바 있다.

장수 브랜드 마케터는 브랜드 재활성화를 위해 성숙기 마케팅 전략을 참고할 수 있다. PLC(Product Life Cycle) 이론에 따르면 성숙기에 도달한 제품은 (1)시장 수정 전략, (2)제품 수정 전략, (3)마케팅믹스 수정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우리 제품을 구입하지 않았던 새로운 고객군을 찾아 판매를 늘리거나, 기존 제품에 기능, 스타일, 패키지 등을 추가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수정할 수 있다. 혹은 제품은 같지만 기존의 광고, 프로모션 등을 새롭게 수정하여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새롭게 느끼도록 유도할 수 있다.

우루사의 경우에도 MZ세대 소비자를 새롭게 유입하기 위해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 제품을 출시했고, 과거 히트했던 '간 때문이야' 주제곡을 바탕으로 코믹한 영상, 댄스 챌린지 등을 매번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한 가지 생각해 볼만한 이슈는 코카콜라, 초코파이와 같은 성공적인 장수 브랜드들이 단지 제품의 물리적 속성을 넘어 차별적인 상징적 가치(symbolic value)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happiness’, 초코파이는 ‘정(情)’이라는 상징적 가치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즉 장수 브랜드는 제품의 우수성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품질의 우수성을 토대로 꾸준한 브랜드 재활성화 전략, 그리고 차별적인 상징적 가치가 함께 성공적으로 전달될 때 오랜 기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MZ세대는 독특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하나의 문화로 즐긴다. 그래서 기업들이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콜라보 제품을 수없이 쏟아내고 있다.

게임 기업이 테마파크와 콜라보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화장품 기업이 수제버거 브랜드와 협업해 만든 제품을 내놓고, 떡볶이 기업이 대형 유통회사와 함께 스낵을 출시하는 식이다.

여성 의류 브랜드가 유산균 음료와 협업하고, 맥주 회사가 남성 쇼핑앱과 함께 홈술족이 집에서 편안하게 맥주를 즐기면서 입을 수 있는 홈술웨어를 선보이고, 보험회사들이 식음료 회사 및 편의점과 이색 협업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MZ세대는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고,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증샷을 SNS에 적극적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바이럴 마케팅의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콜라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향후 주력 소비계층이 될 MZ세대를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콜라보가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출시한 지 61년이 된 나이든 브랜드인 우루사도 MZ세대 공략을 위해 콜라보에 공을 들였다.

콜라보는 브랜드 제휴 전략의 일종이다. 브랜드 제휴 전략은 둘 이상의 브랜드가 다양한 결합 방식을 통해 협력적 관계에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을 가리킨다.

브랜드 제휴 전략과 관련된 과거 연구들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제휴한 브랜드들간 적합성이 낮으면 그 브랜드 제휴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이색 콜라보 제품)를 접하면 그것을 기존 지식 구조의 틀에 맞춰 처리하려 하는데 기존 틀에서는 독특한 콜라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탓이다. MZ세대의 경우엔 이런 설명이 더 이상 맞지 않는 것 같다. MZ세대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수많은 이색 콜라보가 그 증거다.

다만, 잠깐동안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장기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소비자들을 확보하려면 ‘왜 굳이 이런 콜라보를 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하지 말아야 한다. 독특하기만 한 콜라보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콜라보’를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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