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가 가파른 가운데 올해 상반기 짜장면과 냉면, 삼겹살 등 대중적인 외식 품목 8개의 가격이 모두 올랐다. 사진은 서울 시내 중국음식점 모습. 연합뉴스
물가 상승세가 가파른 가운데 올해 상반기 짜장면과 냉면, 삼겹살 등 대중적인 외식 품목 8개의 가격이 모두 올랐다. 사진은 서울 시내 중국음식점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소재 중학교 교사 정모씨(54)는 이달 초 학기말을 맞아 소외학생들을 데리고 외식을 했지만, 식당을 고르기 쉽지 않았다. 물가가 부쩍 올라 학생 1인당 지원금 상한선인 8000원을 맞출 수 있는 식당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짜장면 한그릇도 6000원인데 콜라, 탕수육을 곁들이려면 인당 8000원을 훌쩍 넘고, 분식집 돈까스도 8000~9000원, 아이들이 좋아하는 삼겹살은 1인분에 1만5000원 넘더라”고 했다.

결국 정씨 사비를 보태 1인당 1만4900원짜리 갈비 무한리필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식사했다. 정씨는 “물가가 폭등해 1인당 8000원으로는 외식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소외학생이라고 부족하게 먹어도 괜찮은 게 아닌데, 식비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외식비 부담도 늘어난 가운데, 교육청이 소외학생에게 지원하는 외식비는 한끼 8000원이 상한선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도교사들은 “올해 들어 외식비가 급등하면서 8000원으로는 제대로된 식사를 사먹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소외학생 지원 프로그램 등에서 지원되는 학생 1인당 식비는 8000원, 간식비는 4000원으로 제한된다. 학교의 예산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인 ‘학교회계 예산편성 기본지침’에 따른 방침이다.

이런 식비는 자발적으로 지원한 교사들이 기초학력이 부족하거나, 정서적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데리고 상담, 학습 지도, 문화체험을 돕는 프로그램에서 사용한다. 교사들은 학생과 유대감을 키우고 학생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함께 영화나 전시를 관람하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 서울교육청이 코로나 기간 도입한 ‘키다리샘’, ‘서울희망교실’ 등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데리고 예산을 집행하는 교사들은 “식비 상한선이 너무 낮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는 삼겹살, 짜장면, 칼국수 등 서민 외식 메뉴 가격이 모두 급등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에서 칼국수 가격은 8269원으로 연초 7769원에서 6.4% 상승했다. 짜장면은 8.5% 오른 6262원, 냉면은 4.7% 오른 1만269원을 기록했다. 삼겹살은 4.7% 올라 1만7783원에 달했다.

서울교육청은 “교육부 지침에 따라 학생 식비가 고정돼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훈령에서는 정규근무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경비인 ‘공무원 특근매식비’를 8000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학생 식비도 이 비용과 똑같이 묶여있다는 것이다.

간식비 상한선은 내년에 올릴 계획이다. 식비와 달리 간식비에 대해서는 따로 교육부 규정이 없기 때문에 교육청 자체적으로 지침을 바꿀 수 있어서다. 서울교육청 예산담당관 관계자는 “간식비는 2019년 식비의 절반인 4000원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했는데, 최근에는 부족하다는 학교 의견이 많다”며 “간식비를 올리기 위해 올해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논의를 거쳐 내년에 상향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