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포 폴더블폰 '파인드N' [사진=뉴스1]
중국 오포 폴더블폰 '파인드N' [사진=뉴스1]
모토로라가 삼성전자의 하반기 신제품 '갤럭시Z 폴드4·플립4' 언팩날이 알려지자마자 이보다 일주일 앞선 8월2일로 부랴부랴 신작 '모토로라 레이저 2022'의 공개일을 확정했습니다. 당초 이달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지난 20일 삼성전자가 언팩 초대장을 발송한지 이틀 만에 빠르게 공개일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모토로라 레이저 2022'는 모토로라가 약 2년 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3세대 폴더블폰입니다. 모토로라는 2세대 폴더블폰 '레이저 5G'를 2020년 9월에, 2019년 11월 1세대 첫 폴더블폰 '레이저2019'를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공개일을 삼성의 발표일 직전으로 잡은 것이 눈길을 끕니다.

작년 신제품 출시를 보류하면서까지 준비한 새 폴더블폰으로 모토로라는 과거 세계 1위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모토로라는 3세대 폴더블폰은 8월2일 출시 예정이다. 사진=바이두 캡처
모토로라는 3세대 폴더블폰은 8월2일 출시 예정이다. 사진=바이두 캡처

출시일 앞당기고 디자인 손질…삼성폰 견제하는 중국

삼성이 개척한 폴더블 시장에 후발 주자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칼을 갈며 맹렬히 추격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외관은 물론, 다음달 10일 '갤럭시 언팩' 전후로 앞다퉈 신제품을 쏟아내면서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토로라의 신작 폴더블폰 레이저2022. 사진=모토로라 홈페이지
모토로라의 신작 폴더블폰 레이저2022. 사진=모토로라 홈페이지
당장 다음달 초 모토로라가 출시할 레이저 2022의 외관이 삼성의 갤럭시Z플립와 비슷해진 것이 눈길을 끕니다. 모토로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공개된 티저 영상을 보면, 모토로라의 수작 '레이저 디자인'을 버린 모양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하판에 있는 곡선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버린 것 같습니다. 외관을 보면 전작과 달리 상판과 하판의 길이가 같아진 것이 보입니다. 갤럭시Z플립 디자인과 비슷해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알리바바 타오바오나 징둥 온라인 쇼핑몰에서 예약 판매를 시작할 정도로 일단 시장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할 것 같습니다.
모토로라 2세대 폴더블폰 '레이저 5G'. 사진=모토로라 홈페이지
모토로라 2세대 폴더블폰 '레이저 5G'. 사진=모토로라 홈페이지
OPPO 폴더블폰. 사진=오포 홈페이지
OPPO 폴더블폰. 사진=오포 홈페이지
중국 샤오미도 다음달 중 '믹스 폴드 2' 출시가 유력합니다. 지난해 3월 첫 폴더블폰을 내놓은 후 1여년 만에 차기 폴더블폰을 내놓게 되는 건데요.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유출된 이미지를 보면 펄쳤을 때 8인치 크기로 갤럭시Z 폴드와 거의 같습니다. 믹스 폴드 2의 '두뇌'는 퀄컴의 최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또한 독일의 명품 카메라 업체 라이카와도 협력해 샤오미 최고급 플래그십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중국 폴더블 신흥강자 오포(OPPO)도 올해 안에 새로운 폴더블폰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오포는 최근 폴더블폰 시장에서 급격하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폴더블폰 판매량은 지난해 전체 판매량을 넘어섰습니다. 화웨이가 1위로 판매량이 가장 많았고, 삼성과 오포가 각각 점유율 2, 3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오포는 지난해 삼성 '갤럭시 Z 폴드' 대항마로 출시한 첫 폴더블폰 '오포 파인드 N(OPPO Find N)' 한 제품만으로 현지 폴더브폰 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른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제품은 출시 5분만에 완판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올 상반기 중국 제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 내에서 폴더블폰 카테고리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입니다.

독기 품은 중국…삼성 폴더블폰 독주 체제 깨질까

전세계 폴더블폰 시장 규모는 커질 전망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전세계 폴더블폰 시장 규모가 올해 1400만대, 2024년 3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 70~80% 수준으로 선도하고 있으나,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 비보, 오포 등도 가세하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 하반기 4~5개의 새로운 폴더블폰이 출시되며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중국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속속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삼성의 독주 체제가 깨질지 관심이 쏠립니다. 삼성의 디자인을 베낀 '카피캣'에서 벗어나 빠르게 축적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견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중국 내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2위 입니다. 시장 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폴더블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150만대. 화웨이(49.3%)가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삼성(28.8%), 샤오미(13.2%), 오포(6.1%)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중국은 후발 주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폴더블폰 시장에 연착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4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Vivo)는 첫 폴더블폰 'X 폴드'로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삼성보다 10만번 더 많은 30만번 접어도 끄떡없고 주름도 상당히 개선한 폴더블폰으로 선전포고를 했는데요. 삼성도 공개적으로 "놀랍다"는 반응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독기 품은 중국의 도발이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까요?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