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키즈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딸아이와 키즈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저녁마다 아이와 산책하러 다니지만, 휴일 낮에는 도저히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30도가 훌쩍 넘는 불볕더위에 어른도 견디기 힘드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집에만 있자니 딸아이는 나가자고 재촉하기 일쑤입니다. 이제 겨우 17개월 되어가는 아이가 창문을 두드리고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면서 나가겠다는 의사표현을 제법 합니다. 더위를 피해 나갈 곳으로 근처 백화점을 선택했습니다. 옥상정원을 한 바퀴 돌고, 아이스크림 하나 사준 뒤에 같이 저녁거리 장을 봐서 오면 되겠다는 계산이었죠. (나름 가성비 있는 피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백화점에서 옥상정원으로 가는 길에 '키즈카페'를 발견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리 없겠지요. 멀리서도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니 딸아이도 흥미를 느낍니다. 일단 구경이라도 해볼 요량으로 갔지만, 역시 입장을 하게 됩니다. 입장료에 다소 놀라기도 했지만, 즐거워 하는 모습에 '그래도 잘했다'며 제 자신을 위로해봅니다. 이전에 베이비 카페를 간신히 다니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키즈카페에서 놀 정도로 큰 언니가 됐네요.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시기에는 인기척도 없이 조용했는데, 언제 이렇게 아이들이 늘었나 싶기도 합니다. 동시에 큰 애들이 있고 여러 아이가 지나다니는 걸 보니 위생에 대한 우려도 듭니다. 관리가 소홀한 키즈카페의 놀이기구는 세균의 온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키즈카페를 찾은 딸아이가 과일 모형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키즈카페를 찾은 딸아이가 과일 모형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키즈카페를 관리하는 담당자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플레이타임그룹 장원준 브랜드사업본부 직영팀장은 "볼풀장이나 편백 큐브 장의 규모를 보면 그 키즈카페가 얼마나 관리에 신경 쓰는지 엿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플레이타임그룹은 베이비엔젤스, 상상노리, 챔피언 등 키즈카페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위생이 민감한 문제로 떠올라서일까요. 매일 시간을 정해 방송하며 놀이기구를 차례대로 소독하고, 매달 전문업체의 전체 청소도 받는다고 하네요. 다만 볼풀장과 편백 큐브 장의 규모가 크다면 안에 들어간 공과 편백 큐브를 전부 세척하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장 팀장은 "공이나 편백 큐브를 개별 세척하려면 볼풀장 등의 규모가 커질 수 없다"며 "그래서 (플레이타임은) 볼풀장은 3평, 편백 큐브 장은 2평으로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키즈카페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입니다. 가게 면적이 큰 탓에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이 큰 편입니다. 집합 금지 조치로 입장 인원이 제한되면서 매출까지 급감했죠. 동네에 많던 키즈카페들과 백화점에 입점한 영어 키즈카페까지 폐업으로 내몰렸죠.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장 팀장은 "한창 확진자가 많던 시기에는 전국 직영점 매출이 100만원도 되지 않는 날이 많았다"며 사실상 개점휴업이었던 셈이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직영점 수만 90여곳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 곳의 하루 매출이 1만원가량이었던 셈입니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직영점별 여건에 따라 캐릭터 퍼레이드나 댄스 공연, 뮤지컬 등을 도입하기도 했다네요.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인지 최근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회복됐다고 합니다.
어린이가 볼풀장에서 노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가 볼풀장에서 노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아이들의 모습이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졌다고 하네요.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기를 꺼리거나 어려워하고, 생일파티를 하면서 먹는 풍경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키즈카페에서 처음 보는 아이와 인사하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어깨동무하길 꺼린다고 하네요. 서로 웃는 얼굴을 보면서 덩달아 웃는 모습도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온전히 표정을 보기 어려워서겠지요.

키즈카페의 주요 수입원인 생일파티 식음료 매출도 뚝 떨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키즈카페에서 케이크 등 음식을 먹거나 엄마들이 커피를 같이 마시는 일이 일상이었습니다. 이제는 1차로 음식점에서 생일 축하와 식사를 하고 2차로 키즈카페에서 함께 논다고 하네요.

이렇게 키즈카페의 분위기가 바뀌다보니 부모들이 항의하는 내용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심한 장난을 치거나 서로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사고나 시비가 많았다면, 이제는 뜻하지 않은 불편함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대기가 길어지는데 항의하거나, 자녀의 부주의 사고를 따져묻거나, 대소변 처리를 재촉하는 경우 등입니다.

코로나19로 키즈카페들이 많이 폐업했고, 이 바람에 몇 안남은 키즈카페에는 대기가 길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입장객이 많아 대기가 길어지는데, 입장하면서부터 직원에게 카드를 던지며 화부터 내는 부모들이 많다고 하네요. 아이가 키즈카페에서 다쳤다며 직원들에게 욕설부터 쏟아내는 경우도 많구요. 대부분 '망신주기식'으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따져묻다보니 곤혹스럽다고 합니다.

장 팀장은 "공개적으로 화를 내고 욕설하고 소리를 지르면 주변에 수십, 수백명의 아이들이 그 욕설을 들어야 합니다. 그런 부분도 생각해주지 않는 부모님들에게는 서운한 것이 사실이죠"라며 "직원들도 누군가의 자녀라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