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1960년대엔 미사일이 전장의 주요 무기로 등장하면서 전함들에 비상이 걸렸다. 60t급 이집트 소형 고속정이 1967년 10월 수에즈 운하에서 미사일 한 방으로 1730t의 이스라엘 구축함을 격침한 것은 해상 전투 전략을 바꾸게 하는 계기가 됐다. 구소련이 초음속 대함미사일로 미국 항공모함을 저지하려는 계획이 알려지자 미 해군은 새 함정 방어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고, 1983년 ‘이지스 전투체계(Aegis Combat System)’를 갖춘 구축함을 선보였다.
이지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딸 아테나 여신에게 준 ‘신의 방패’를 뜻한다. 이지스 시스템은 고성능 레이더와 대공, 대함, 대지 미사일 등을 이용해 목표 탐색부터 공격까지 전 과정을 통합전투체계화한 개념이다. 1000㎞ 이상 떨어진 수백, 수천 개의 목표물도 첨단 레이더로 탐지해 공격할 수 있다. 대신 거포는 사라졌다. 전 세계에서 미국 90여 척을 비롯해 6개국이 110여 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2007년 세종대왕함을 시작으로 3척의 이지스함을 실전 배치했다.
그제 차세대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8200t급) 진수식이 열렸다. 기존 이지스함(7600t급)보다 덩치가 더 커졌을 뿐만 아니라 스텔스 성능과 미사일 추적·탐지·요격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까지 갖춘 것이 주목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육지뿐만 아니라 해상에서도 요격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이지스함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은 할 수 있지만 요격은 항공기와 순항미사일 정도만 가능하다.
‘독침무기’로 불리는 사거리 500~1000㎞의 국산 함대지(艦對地) 미사일은 북한의 전략 목표물뿐만 아니라 유사시 중국 러시아 등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정조대왕함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키는 ‘신의 방패’ 역할을 톡톡히 해주길 바란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