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국간 기술동맹 강화해야"
“한국이 미국과 유럽, 일본, 대만을 중심으로 이뤄진 기술 동맹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성장동력이 크게 훼손될 겁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을 다룬 도서 <차가운 평화의 시대>를 최근 출간한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 구도에 대해서 이같이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과 대만의 참여가 확정된 반도체 기술 동맹 ‘칩4’를 예로 들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찾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같이 갑시다’라고 외친 것은 기술패권 경쟁 구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한국 반도체산업이 경쟁력을 급속하게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읽힌다는 것이다.

기술 동맹은 산업 협력에 그치지 않는다. 각 나라의 체제와 가치를 둘러싼 경쟁으로 이어진다. 최 연구위원은 “중국은 AI를 체제 강화 및 국민 감시에 사용하려 한다”며 “한국의 카카오, 네이버가 여기에 협력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한 미국과 유럽, 일본의 잠재 고객과 협력사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최 연구위원은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20년 넘게 연구한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UC데이비스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부터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ICT산업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빠르고 적극적인 기술 동맹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칩4 동맹 내부에서도 경쟁이 심하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대만 TSMC, 일본 도시바 등이 시장을 선점하면 한국 기업의 자리는 없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