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는 왜 '1년 국방비'를 한국산 무기 구매에 썼을까
“한국은 70년 동안 전쟁에 대비한 나라로, 무기 품질도 최상급이다.” 폴란드가 역대급 규모의 한국 무기 도입을 최근 결정한 이유 등을 정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29일 밝혔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27일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 도입을 위한 기본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20조원으로 추산되는 총 계약 규모는 올해 폴란드의 전체 국방비(약 19조원)를 웃돈다.

폴란드는 웹사이트에서 한국 무기의 강점으로 ‘신속한 도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사진)은 “(K9) 자주포와 (K2) 탱크 모두 올해 초도분을 받는다”며 “군용기(FA-50)도 내년부터 폴란드 육군과 공군에 인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폴란드 정부는 올해 K2 전차 180대를 인도받은 뒤 2026년부터는 기술 이전을 통해 K2PL(폴란드형 K2) 800대를 현지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K9 자주포도 연내 48대를 우선 구입한다.

전쟁에 대비하며 무기체계를 첨단화한 한국 무기의 우수성도 높게 평가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탱크는 우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많은 수량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은 평화를 위해 70년 동안 전쟁을 준비한 국가이고, 전쟁 위협 아래 개발한 무기는 최고 품질”이라고 강조했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의 공백을 메우는 것과 함께 자국 방위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적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폴란드는 2014년부터 한국에서 K9의 차체를 수입해 만든 ‘크랩’ 자주포를 배치해 왔는데, 최근 일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우리가 필요한 자주포는 HSW(폴란드 방산기업)의 크랩 자주포 생산능력보다 훨씬 많다”며 “크랩 자주포의 생산을 최대로 유지하면서 K9을 도입하는 등 한국과의 전략적 접근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FA-50 도입은 기존 옛소련제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진영 최전선에서 러시아와 맞서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우리는 전장에서 군대와 포병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