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회사채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그간 외화채 시장을 주로 활용하던 국책은행 등 은행권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외화채 발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 각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비해 기업들이 달러 자금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 유동성 확보하자"…포스코, 10억달러 외화채 발행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0억달러(약 1조3011억원) 규모의 외화채를 발행했다. 3년 만기 7억달러, 5년 만기 3억달러다. 올해 국내 민간 기업이 발행한 외화채 중 가장 큰 규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BNP파리바, 씨티그룹, HSBC, SC증권이 발행 주관 업무를 맡았다.

포스코의 신용도가 개선되면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매수 주문을 쏟아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28일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10년 만에 ‘BBB+’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 포스코는 “추가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며 “현금 중시 경영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롯데물산은 다음달 1일 3억달러 규모의 외화채를 3년 만기로 발행한다. 채권 형태는 녹색채권과 지속가능채권으로 구성했다. 무디스는 이번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Aa3’로 매겼다. BoA와 씨티그룹, HSBC, 미즈호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KT도 3억~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수요 파악을 위해 현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베스터콜’을 하고 있다.

지난달 7일 LG화학은 3억달러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81개 기관투자가로부터 10억달러 규모의 매수 주문이 몰리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확보한 자금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 관련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달 GS칼텍스도 2년 만에 외화채 시장에 복귀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국내 회사채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채권 시장까지 활용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채권을 발행해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상환 자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물산 KT 포스코 등은 올 하반기 외화채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도 외화채 발행을 늘리는 구조적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외화채 발행을 늘리는 것이 환율 변수로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 급등세(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발행 기업의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지속되면 외화채 발행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발행 규모를 축소하거나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