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인 유로존의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8.9%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동시 발표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예비치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유럽중앙은행(ECB)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유로존 7월 물가 8.9% 상승…에너지값 급등에 또 최고치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29일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도 7월보다 8.9%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7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된 이후 최고치다. 다만 이날 발표는 속보치로, 추후에 수정 반영되면 확정치가 결정된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이후 거듭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영향으로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이 기록적으로 상승하면서다. 이번 물가상승률을 주요 구성 항목별로 보면 에너지가 7월 전년 동월 대비 39.7%로 최고치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이 밖에 식품·주류·담배는 9.8%, 비에너지 공산품은 4.5%, 서비스는 4.5% 상승할 것으로 점쳐졌다. 모두 ECB의 물가 관리 목표치인 2%를 웃돈다.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7월 물가상승률이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된 몰타조차 그 수치가 6.5%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유로존의 올 2분기 GDP(예비치)는 직전 분기 대비 0.7%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1분기(0.6%)는 물론 시장이 전망한 0.2%도 웃도는 수치다. 1분기에 -0.4%였던 스웨덴의 성장률이 1.4%를 기록해 가장 많이 올랐다. 스페인(1.1%), 이탈리아(1.0%), 프랑스(0.5%) 등이 모두 전망치를 넘어섰다. 유로존 GDP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4% 증가한 것으로 추정돼 당초 시장 예상치(3.4%)를 앞질렀다. EU 27개 회원국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1분기보다 총 0.6%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독일의 GDP 증가율은 0%에 그쳤다.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2분기 GDP 예비치가 발표된 뒤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분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