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80%는 코로나19로 아이를 갖는 환경이 나빠졌는데도 오히려 출산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저하는 잘 사는 나라들의 공통된 고민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소득이 높은 세계 23개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 정도만 출산율 저하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3개국 가운데 19개국의 2021년 합계특수출생률이 2020년을 웃돌았다. 인구절벽을 방어하는데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는 프랑스와 스웨덴은 물론 미국과 영국, 핀란드 등 최근 10여년간 출산율 저하가 두드러졌던 나라들도 반등에 상공했다. 합계특수출생률은 여성 1명이 일생동안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의 평균치다.

2021년 출산율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2020년 봄부터 2021년 초에 임신해서 태어난 아이들의 숫자를 반영한 것이다. 건강에 대한 불안과 고용 및 수입의 불안정 등 출산을 기피할 조건이 겹쳐진 시기였기 때문에 선진국의 출산율 반등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선진국의 출산율이 예상을 깨고 높아진 원인을 이 신문은 남녀평등의 실현 때문으로 분석했다. 2020년 남녀평등지수 1위(세계경제포럼 기준)인 아이슬랜드의 출산율은 1.82명으로 0.1명 높아졌다. 23개국 가운데 2번째로 출산율이 많이 늘었다.

남녀평등지수 2위 핀란드의 출산율도 1.46명으로 2년 연속 상승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오카야마 요코 조교수는 "남녀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북유럽 국가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며 "재택근무가 확산한 때 북유럽 국가 남성들의 육아역량이 확인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남녀평등지수 세계 99위와 116위인 한국과 일본의 출산율은 0.81명과 1.30명까지 떨어졌다. 여성의 가사와 육아 시간이 남성의 4~5배에 달하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여성의 출산의욕이 더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출산율이 1.3명을 밑돌면 급속한 인구감소를 겪게 된다.

사이타마에 거주하는 30대 맞벌이 여성은 재택근무로 남편과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기회를 통해 둘째를 가지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이 여성은 "가사와 육아를 분담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남편까지 돌봐야해 오히려 부담이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통계를 조사한 결과 여성의 취업률(그래프 가로축)이 높은 나라일 수록 출산율(그래프 세로축)도 더 높았다. 여성의 취업률이 60%를 밑도는데도 출산율이 1.6명을 넘는 나라는 아일랜드가 유일했다. 한국은 여성의 취업률과 출산율이 모두 낮은 나라였다. 여성의 취업률이 70%에 달하는 일본만 예외적으로 출산율도 낮았다. (자료 : 니혼게이자이신문)
최근 5년간 통계를 조사한 결과 여성의 취업률(그래프 가로축)이 높은 나라일 수록 출산율(그래프 세로축)도 더 높았다. 여성의 취업률이 60%를 밑도는데도 출산율이 1.6명을 넘는 나라는 아일랜드가 유일했다. 한국은 여성의 취업률과 출산율이 모두 낮은 나라였다. 여성의 취업률이 70%에 달하는 일본만 예외적으로 출산율도 낮았다. (자료 : 니혼게이자이신문)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날 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던 과거 추세도 바뀌고 있다. 최근 5년간 통계를 조사한 결과 여성의 취업률이 높은 나라일 수록 출산율도 더 높았다. 여성의 취업률이 60%를 밑도는데도 출산율이 1.6명을 넘는 나라는 아일랜드가 유일했다. 한국은 여성의 취업률과 출산율이 모두 낮은 나라였다.

여성의 취업률이 70%에 달하는 일본만 예외적으로 출산율도 낮았다. 일하는 여성의 60% 이상이 비정규직인데다 가사와 육아부담이 여성에 집중되는 문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