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는 현금 보유자가 아닌 투자자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으로 남을 듯하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50여 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긴축 여파로 인해 채권시장도 작년부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소위 전통 자산으로 불리는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면서 자산 배분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져온 투자자들에게 ‘배신감을 준 계절’이었다는 평가다.

연말로 갈수록 주요국이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산 배분에 따른 분산 효과의 시작은 편입하는 자산군 간의 상관관계에서 출발한다. 상관계수가 낮은 자산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동일한 기대수익률 대비 변동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최근 자산 배분 실패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역의 관계이던 주식과 채권이 각국의 유동성 긴축과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동조화한 탓이 크다.

현시점에서 자산 배분의 실패를 쉽사리 단정 짓긴 어렵다. 우선 자산 배분 및 분산 효과가 제로(0)가 되려면 상관계수가 1, 즉 편입 자산들이 정확히 동일한 움직임을 보여야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상관계수가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분산 효과에 따른 포트폴리오 변동성 억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는 일반적으로 자산 배분이 고려하는 장기 투자 시계 대비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다. 일시적인 비정상은 정상으로 회귀하게 마련이고, 자산 배분 효과 또한 곧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포트폴리오 배분에 기반하는 자산 관리는 흔히 말하는 투기적 성향의 투자 혹은 고확신에 기반한 집중 투자의 영역과 분명 결을 달리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춰 꾸준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자산 관리 방법 중 하나다.

전투 임할 땐 창도 방패도 필요…자산배분 중요성 명심
하반기 경제 전망이 심상치 않다. 전투에 임하는 장수가 검이나 창만으로 공격에만 치중할 순 없는 법이다. 방패와 갑옷으로 방어력을 높여야 극단의 상황에서도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유연하면서도 견고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만이 금융시장 변동성이라는 역풍을 헤쳐나갈 힘이 된다.

안용섭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