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실적을 좌우하는 ‘양날의 칼’이 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4월 상하이시가 봉쇄되면서 중국 시장 비중이 높은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의 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견조한 대기 수요로 차값을 올리며 수익성을 끌어올린 다른 시장과 상황이 정반대다.

외산차의 무덤 된 중국

글로벌 완성차 실적, 中시장이 희비 갈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8529억엔(약 8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봉쇄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 철과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이 더해졌다. 도요타그룹의 지난해 중국 판매량은 194만여 대로 전체 판매량(965만 대)의 20%를 차지한다. SBI증권에 따르면 도요타 생산 한 대가 줄면 이익이 70만엔가량 감소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약세 효과가 ‘신기루’가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GM도 중국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23억4000만달러(약 3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43% 급감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중국 판매량(47만3000대)이 전년보다 24% 줄어든 영향이다. GM의 중국 합작법인은 지난해 2분기 2억7600만달러 이익을 냈지만 올 2분기엔 87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중국은 GM의 두 번째 시장이다. 지난해엔 중국에서만 290만 대의 차량을 팔았다.

반면 포드는 지난 2분기 37억2000만달러(약 4조8000억원)로 전년보다 244% 증가한 영업이익을 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냈다. GM에 한 발 밀렸던 ‘2등 업체’가 GM을 크게 앞질렀다.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미 시장에서 수익성이 개선된 결과다.

중국 점유율이 0.8%로 떨어진 현대자동차도 ‘중국 셧다운’ 위기에서 한 발 비켜서며 2분기 2조9798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중국 점유율이 1% 미만인 스텔란티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24억유로(약 16조4000억원)로 전년보다 44% 급증했다.

현지 업체들만 승승장구

중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는 시장으로 2000년대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진출이 잇따랐다. 연 2000만 대 신차가 팔리는 세계 최대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그러나 종잡을 수 없는 정부 정책,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공급망 블록화 등으로 점점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중국 업체들의 전기차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외산차 업체에 뒤지지 않는다.

스텔란티스가 7월 적자를 내는 중국 광저우자동차와의 지프 합작 생산을 청산하겠다고 밝힌 것도 시장 분위기가 바뀔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올 상반기 중국에서 독일과 미국 브랜드 판매는 5분의 1가량 줄었지만, 중국 자동차 판매는 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자국 회사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면서 싸움이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