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업체 지점이 보유한 가맹점 관련 정보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미 인터넷이나 사업장에 게시된 사업자 등록증을 통해 알 수 있는 만큼 경제적 가치가 있는 정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진영 판사는 최근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6년부터 배달대행업체 B사와 지점 계약을 맺고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그는 2019년 B사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B사의 경쟁업체로 이직했다. 그리고 A씨는 B사가 가진 가맹점명, 가맹점 대표 연락처, 사업자 번호, 계좌번호, 주문 횟수, 배달 기사 정보 등을 경쟁업체에 넘겼다. B사는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해당 정보를 B사의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봤다. A씨는 “스스로 배달대행업체 지점을 운영하며 영업활동을 통해 모집한 정보”라고 설명했다. B사 측 역시 “(가맹점 정보)는 A씨와 같은 배달업체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배달 관련 정보가 A씨의 영업활동을 통해 모은 것으로, B사만의 정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를 영업비밀로도 보기 어렵다고 봤다. 영업비밀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보가 다수에게 알려지지 않았는지(비공지성) △정보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경제적 유용성) △정보가 비밀로 관리됐는지(비밀 관리성) 등이 인정돼야 한다. 재판부는 “상호, 사업자주소, 사업자번호 등은 인터넷이나 해당 사업장에 게시된 사업자등록증 등을 통해 일반인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로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은 정보’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도 계좌번호나 주문번호, 배달 기사 관련 정보 등은 일반인이 쉽게 구하기 힘들다는 건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정보 취득에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그 자체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 정보는 아니다”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