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대행이 비대위 체제 전환을 받아들였지만 내분이 진정되기는 쉽지 않다.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차기 대표 선출 시기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권 대행이 비대위 전환 작업을 주도한다지만, 잇단 헛발질로 신뢰를 잃은 마당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80여 일 만에 ‘비대위 체제’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정도로 국민의힘은 이미 난파 직전에 몰려 있다.
당권 주자들은 이 대표 징계 직후부터 기다렸다는 듯 경쟁에 뛰어들었고, 의원들은 줄서기에 바쁘다. 전국을 유랑하는 이 대표는 ‘윤핵관’들과 ‘양두구육(羊頭狗肉)’ ‘혹세무민(惑世誣民)’ ‘앙천대소(仰天大笑)’ 등을 주고받으며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비대위 체제 전환을 주장하는 측은 쇄신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차기 당권 장악을 위한 계파 셈법이 숨어 있어 액면 그대로 믿기도 어렵다. 집권 여당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신음하는 국민 고통은 외면한 채 ‘잿밥’에 눈이 멀어 당권 싸움에 몰두하니 민심이 돌아서지 않을 수 있겠나.
대통령실도 그렇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집권 3개월도 안돼 20%대로 곤두박질치고 경제위기 파도가 몰려오는데도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안 보인다. 이쯤 되면 대통령부터 새벽에 출근해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인사 문제만 해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4명을 임명했고, 낙마 후보자가 4명에 이르며, 아직 조각(組閣)을 완료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임 정부와 비교하기 전 인사 검증시스템 개선 방안이라도 내놔야 한다. 대통령 메시지와 태도 논란이 여러 차례 불거졌는데, 직언하는 참모들이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전환을 계기로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아귀다툼, 사심을 버리고 총체적 위기 국면에서 민생을 제대로 살피는 집권 여당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이번 주 휴가를 가는 윤 대통령도 무엇이 민심을 떠나게 했는지 차분히 돌아보고 쇄신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