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IT(정보기술)산업의 메카’ 경기 판교의 소비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판교는 IT기업 인건비 급증의 낙수효과를 누리며 ‘수도권 소비 1번지’로 떠올랐지만, 최근 개발자들의 몸값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IT 업황도 일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며 소비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판교 일대 유통회사 주요 점포의 매출은 다른 지역보다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IT 업종의 ‘주류’인 20~30대 남성이 소비를 주도하는 양상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올 상반기 명품·시계·주얼리 브랜드의 남성 고객 비중은 16개 전 점포 평균 대비 5%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등 강남권 점포를 제친 최고 수준이다. 이곳의 올 상반기 남성 명품 시계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7% 증가했다. ‘톰브라운’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 2030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판교점은 남성 우량 고객 공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하반기 6층 ‘맨즈관’을 ‘럭셔리 맨즈관’으로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편의점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남성들이 선호하는 고가 제품 판매가 활발하다. 판교 인근 GS25의 30여 개 점포 매출을 전국 점포 평균치와 비교한 결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215.8%), 와인(162.8%), 양주(117.4%), 프리미엄 소주(91.2%)의 매출이 높았다.

변화에 민감한 IT 종사자를 겨냥해 테스트 베드를 판교에 선보이는 곳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카카오 계열사들이 입주한 판교테크원타워에 ‘랩오브파리바게뜨’를 연 SPC가 그런 사례다. 랩오브파리바게뜨는 하루 3회 한정판으로 생산하는 빵 등 차별화한 제품 130여 종을 선보인다. 이곳의 객단가 역시 직영점 평균 객단가 대비 약 30%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교 프리미엄 상권은 소비층이 두꺼운 만큼 당장 급랭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물가 고공행진에 임금 상승률 둔화가 겹쳐 주변 성남, 용인시 등에서 출퇴근하는 젊은 개발자들이 소비를 줄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