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뽑고 보자’는 분위기이던 정보기술(IT) 개발자 인력시장에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발(發) 자본시장 급랭 등의 요인으로 스타트업 투자가 위축되자 기업들이 채용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그 결과 천정부지로 치솟던 임금 상승률이 급격히 둔화했다. 개발자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31일 취업플랫폼 원티드가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에 등록된 이직 개발자의 연봉을 분석한 결과 평균 임금 상승률은 5.9%로 나타났다. 작년 상승률(12.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개발자 임금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12~13년차 팀장급 개발자 연봉은 작년 상반기 15.5% 올랐는데 올해는 물가 상승률(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6.0%)보다 훨씬 낮은 1.1%에 머물렀다.

개발자 연봉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지난해까지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최근 5년간 상승률은 59.2%(2017년 평균 3756만원→올 상반기 5983만원)에 달했다.

산업계의 대세가 된 디지털 전환(DX), 온라인 시장 급성장 등의 영향이었다. 이런 흐름이 올해 들어 급변한 것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신입과 경력을 100명 뽑는다고 하면 경력자로 70~80%를 채운 뒤 신입 채용은 취소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판교 IT기업에 근무하는 김모씨(34)는 “능력이 부족한 신입 개발자를 석 달만 쓰고 자르는 경우도 있다”며 “개발자 근태관리 강화에 나선 일부 기업이 조만간 정리해고를 할 것이란 소문도 들린다”고 했다.

1분기 이후 인건비 통제에 나선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기업은 파격적 연봉 책정 대신 원격근무와 주 4일제 근로 등 복지제도 강화로 개발자들을 유인하는 추세다. 한 패션플랫폼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이후 과열됐던 개발자 채용시장이 올해 들어 진정되는 분위기”라며 “다만 기업들 사이에 디지털 전환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개발자 인력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배정철/이승우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