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카에 따르면 세계 최대 로봇 제조사인 스위스의 ABB는 최근 페인트 전용 로봇의 헤드 노즐을 1000여개로 늘린 로봇을 새로 개발했다. 그동안 ABB 로봇은 BMW, 폭스바겐 등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 공장의 조립 및 도색 라인을 무인자동화하는 용도로 널리 쓰여왔는데, 이번에 도색 로봇을 세밀화한 것이다.
애스턴마틴 출신의 한 자동차 디자이너는 “ABB가 신규 개발에 성공한 로봇을 통해 앤디 워홀의 복잡한 미술작품의 디자인을 차체에 입힐 수 있게 되면 소비자들이 ‘나만의 맞춤형 자동차’를 주문하는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페인트 전문 로봇의 상용화는 1~2년 내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동안에만 전 세계에 팔린 산업용 로봇은 48만7000대에 달했다. 2018년 42만2000대였던 판매 기록은 2019~2020년 38만대 선으로 줄어들었다가 작년에 26%가량 급증했다. 제조·생산 공정을 무인자동화하기 위해 로봇을 찾는 산업계가 일년새 폭증했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이후 봉쇄·격리 조치 등으로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 등을 겪은 기업들이 로봇을 써본 뒤 그 효용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제조업체들의 산업용 로봇 주문 총액은 16억달러(약 2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늘었다. 이는 업계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 증가율이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도 1분기에 1만1500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약 28% 증가했다.
미 캘리포니아주의 기기·항공우주 부품 패키징 제조업체 델폰의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코로나19에 확진된 직원들이 급증하면서 조업 일수가 무려 40% 감소했다”며 “최근 로봇 3대를 더 도입한 이유”라고 전했다. 텍사스주에 있는 기계 장비 제조업체인 아테나매뉴팩처링은 최근 18개월간 7개의 로봇을 구입했다. 아테나의 존 뉴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거래업체들로부터 주문이 늘고 있지만, 교대근무를 실시할 만한 노동력 확보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로봇을 가장 많이 활용한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하지만 최근엔 식품과 소비재, 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을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2016년 71%에 달했던 자동차 제조업계의 산업용 로봇 주문이 전체 주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2%로 줄어들었다. 이는 기술 발달에 힘입어 로봇의 성능이 개선되고 다양화됐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대표적인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화낙의 미국법인인 화낙아메리카의 마이클 시코 CEO는 "과거에는 제조업체들이 산업용 로봇 운용이 너무 복잡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했으나, 최근 개발된 산업용 로봇은 훨씬 다루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로봇을 주문하는 업체의 생산 공정을 분석한 뒤 이에 맞는 로봇을 제작했지만 최근엔 업체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로봇들이 이미 개발돼 주문 즉시 출고가 가능해졌다.
김리안, 이주현 기자 knra@hankyung.com